▲ 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 기반인 과학기술인재의 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재의 중요성 때문에 지난 1972년에 KAIST(당시 한국과학원)를 설립했고, 이후 과학영재교육의 체계화를 위해 1983년 경기과학고를 시작으로 과학고가 지역별로 설립돼 과학고에서 KAIST로 연계되는 체계적인 과학영재교육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영재교육체제가 과학고의 무분별한 증가와 영재학교의 도입 및 과학고 2학년의 조기졸업 일반화 등을 통해 근간이 흔들려오면서 과학영재교육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과학영재교육의 바람직한 체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초심으로 돌아가서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애초에 과학영재교육은 KAIST를 정점으로 과학고와의 연계를 통해 과학고에서 우수한 인재를 과학영재선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학년을 수료하고 KAIST에 입학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가지고 운영되어 왔다. 이를 통해 과학고 2년과 KAIST 학부로 연결되는 '과학영재 2+4 교육시스템'의 일원화된 체제가 가동되면서 20대 박사를 양성하는 바탕이 돼 왔다. 그러나 과학고의 증가에 따른 KAIST 입학기회의 제한과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한 과학고 조기졸업의 일반화 및 영재학교의 지정 확대 등으로 과학영재교육 체제가 복잡·다원화되면서 과학고에서 대학으로 체계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고와는 다른 체제의 영재학교가 옥상옥의 형태로 운영되는 등 체계적인 과학영재교육에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상황을 만들어 왔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혼란과 갈등을 해소하고 체계적인 과학영재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몇 가지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과학영재교육체제 구축·운영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시ㆍ도교육감과 교육부가 소관하고 KA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은 미래부에서 관장하는 형태로는 정책의 일관성과 미래지향적인 정책방향을 효과적으로 설계·수행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부부처와 중앙 및 지방간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정책 공조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서로 다른 소관부처 아래에서는 허울 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경험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 현실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과학영재교육을 KA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2+4 시스템'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과학영재교육의 체계화를 위해 KA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는 제도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 수료 예정자로서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과학영재선발위원회가 인정하는 사람'을 선발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에 융합인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2+4 시스템'이 KAIST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의 교육·연구 환경을 통해 융합인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KA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권역별 거점으로 해 과학고 및 영재학교와의 연계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KAIST 외에 광주과학기술원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이 설립·운영되면서 권역별 거점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해당 권역의 과학고 및 영재학교와 긴밀한 교육·연구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과학영재교육이 체계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과학영재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은 새로운 틀을 자주 만들어 바꾸는 것보다는 기존 체제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보다 체계화하고 일원화하는 것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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