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는 당시 백제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예술적 역량이 함축돼 만들어진 백제문화의 정수다. 1400여년이란 긴 세월을 땅 속에 묻혀 있다 1993년 12월 12일 후손들의 품으로 돌아온 백제금동대향로는 올해로 발굴 20주년을 맞았다. 이에 본보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굴과정과 역사적 중요성을 3회에 걸쳐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금동대향로 |
▲백제문화의 정수=높이 64㎝, 무게 11.8㎏, 몸통 최대지름 19㎝의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인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역량이 함축돼 만들어진 백제문화의 정수이며 한국의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유물이다.
향로는 중첩된 산 위에 봉황이 앉아 있는 형태의 뚜껑과 연꽃장식이 된 몸통을 한 마리의 커다란 용이 승천하는 모습으로 떠받들고 있으며, 봉황의 가슴 부분에 2개 중첩된 산봉우리곳곳에 10개, 총 12개의 연기구멍이 있다. 향로의 뚜껑을 자세히 살펴보면 봉황이 턱 밑에 여의주를 끼고 있고, 서로 이어지는 능선형의 산악이 아래에서 위로 3~4단 중층으로 쌓아진 모습이다. 가장 위에 있는 5개의 산봉우리에는 각각 새가 앉아 있으며 그 사이에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5명의 주악인물이 있다. 중첩된 산에는 호랑이, 멧돼지 등 현실세계의 동물과 상상 속의 동물 39마리와 17인의 인물상이 조각돼 있다. 이밖에도 6종류의 식물, 12개의 바위, 산 중턱을 가르며 난길, 입체적으로 돌출돼 낙하하는 폭포 등 자연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몸통은 잎 끝이 밖으로 살짝 벌어진 연꽃잎이 8개씩 3단으로 돌려져 있으며, 연꽃잎 사이와 연꽃잎 위에는 동물 26마리와 2명의 인물이 표현돼 있다. 용이 물고 있는 기둥 바로 위 첫째 단의 연꽃잎에는 내부에 타원 모양으로 2줄이 음악돼 있을 뿐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은 조각돼 있지 않다.
▲발굴 당시 금동대향로와 능사 공방지터 모습.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
향로의 받침은 한 마리의 용이 몸을 감아올리면서 다리 하나는 공중을 향해 역동적으로 뻗어 있다. 용의 입은 몸통의 짧고 가는 기둥을 물고 있는데, 둔중한 뚜껑과 연꽃모양의 몸체를 받치는 형상이 불안정하면서도 역학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용은 신선세계 즉 신성한 산악세계로 오를 수 있는 대표적인 탈 것이었고, 지상과 천상을 매개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이처럼 백제금동대향로는 '야생의 신수와 신성한 수렵이 이뤄지는 신산세계와 용이 그 신산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중국 박산향로의 승선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비록 백제금동대향로는 박산향로의 사상을 반영한 향로지만 문화를 수용함에 있어 그것을 독창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번안한 백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담겨 있는 백제만의 향로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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