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기업 '발전기금 낸다더니…' 지역상권 잠식

  • 경제/과학
  • 유통/쇼핑

대형 유통기업 '발전기금 낸다더니…' 지역상권 잠식

상인조직 매수의혹에 소송 잇따라

  • 승인 2013-10-01 17:51
  • 신문게재 2013-10-02 7면
  • 천안=오재연 기자천안=오재연 기자
대형 유통기업들이 거액의 발전기금을 미끼로 지역 상권을 잠식하면서 지역상인조직을 분열시키거나 법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발전기금은 대형마트나 백화점들이 지역입주를 위해 뿌려지는 자금으로 이 같은 막대한 자금조성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요구된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대규모점포 사업조정 현황'에 따르면 2009년 8건, 2010년 8건, 2011년 13건, 2012년 13, 2013년 4건의 사업조정이 이뤄졌다.

이 기간 전국에서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몰 등 46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마트들은 지역 중소상인들과 판매품목, 마케팅 및 홍보, 무료배달, 영업시간, 지역 내 추가출점 등을 제한하고 중소상인 자녀 우선채용, 지역사회 기여 등의 협약을 맺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형유통사들이 일부 상인조직에 이면계약을 통해 상생발전기금이란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건네 왔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상인회에서 협약을 주도한 임원진에게 발전기금과는 별도로 뒷돈을 건네 '매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천안을 공격진출한 이마트는 2011년 천안시 신부동에 신규 점포를 개설하면서 슈퍼마켓조합과 상인회 등에 7억 원의 발전기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기금은 슈퍼조합 3억 원, 상인회 4억 원씩 배분됐는데 일부 회원들이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며 이의를 제기해 임원진이 교체되고 서로 다른 상인회 조직이 만들어 지는 등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앞서 롯데백화점도 2012년 경남 창원시에서 백화점 신관을 개관하면서 인근 시장 상인회장을 거액으로 매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백화점은 상인회와 상생협력을 추진하면서 발전기금 명목으로 3억1000만원 이외에 회장에게 별도로 3억5000만원을 몰래 건넸으며, 이 돈은 기프트 카드를 사거나 개인용도로 사용됐다. 이 같은 매수행위는 상인회 조직을 분열시키고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홈플러스 역시 2012년 경북 안동에 개점을 2개 상인회에 11억원의 발전기금을 뿌려 시장상인 1인당 각 100만원씩 나눠주도록 했다.

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공적기금이 상인들 개인호주머니로 들어가면서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상생협약의 뒷돈거래가 횡행하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중소기업청은 실태파악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수수방관 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골목시장 진입을 막아온 상인회 관계자들은 대형마트가 상생협약에서 의도적으로 발전기금을 미끼로 쓰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병인 경실련 천안사무국장은 “대형마트들이 일부 상인 조직을 사실상 '매수'하면서 조직의 분열이 생기고 각종 소송이 일어나고 시민들의 지원을 떨어트리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이 상생기금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상인회간을 이간질시키는 수법의 하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로 추산할 때 유통 대기업들이 시장진출을 위해 뒷돈 거래로 수백억 원을 사용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비자금이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천안= 오재연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