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재 대전시 복지정책과장 |
공자의 먼 조상은 송나라의 귀족으로 상나라 왕실의 후예였다. 아버지 숙량흘은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뛰어난 무사였지만 공자가 세 살 때 사망해 고달픈 성장기를 보내야 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 부인은 자식을 낳은 지 7일 만에 출산 후유증으로 숨져 석가는 이모의 손에 자랐다. 예수도 양아버지의 슬하에서 자란 경우다. 이처럼 옛날에도 살기 어려운 결손 가정은 많았다. 그러나 어릴 적 역경을 이기고 수많은 성인군자들이 배출돼 인류사에 큰 획을 긋는다.
근대 이전 우리 민족의 복지제도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려움에 처한 백성에게 무상으로 지원을 행했던 진휼(賑恤)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어려울 때 빌려주었다가 훗날 되갚게 하는 진대(賑貸)제도이다.
전자는 자연재해와 같이 일시적인 재난을 당해 굶주림에 처하게 된 자들에 대한 지원인 반면, 후자는 아내나 남편 없는 노인(鰥, 寡), 부모 없는 아동(孤), 자녀 없는 노인(獨), 즉 4窮(환,과,고,독)처럼 상시적으로 열악한 삶을 살아야 했던 백성에 대한 지원제도였다.
4窮에 대한 지원은 오늘날 공공부조 내지는 사회서비스와 비슷한 제도이지만 지원대상과 정책목표가 명료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장애인이 제외 되어 있는 등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이런 단점을 보완 해온 지혜가 바로 '정가름'이다. 동 트기 전에 누군가가 부잣집 마당을 쓸어 놓으면 주인은 누가 쓸고 갔는지 알아내서 그 집 식구 수에 따라 아침 식사를 보내주는 '마당쓸이', 춘궁기에 가난한 집 아낙들이 산나물을 뜯어 부잣집 마당에 갔다 두고 대신 고추장이나 된장 등 건건이(간단한 반찬)를 맘껏 퍼가는 것이 '건건이 서리'이고 여유 있는 집에서 식구보다 세 사람 몫의 밥을 더 지어 가난한 이웃을 위해 울타리 구멍으로 내놓는 식사가 '석덤가름'이다. 조금 여유있게 사는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의 수복을 비는 뜻에서 홀수로 새끼 돼지를 사 이웃에 나눠준다. 이 복돼지가 자라 새끼를 낳으면 그 중 한 마리를 돌려주는 조건이요, 그렇게 돌아온 돼지를 다시 퍼트려 나간다. 이것이 곧 돼지사돈, 복돼지 가름이다.
이렇게 정가름은 조상들의 몸과 마음에 밴 나눔의 미덕이자 베품의 지혜요, 도움 받는 사람의 자존심마저 배려하는 은근한 방식이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을 움직이는 두 축은 이민자와 자원봉사라고 한다. 기업들이 싼 임금으로 이민자들을 고용할 수 있으니 그만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고, 활발한 봉사활동은 정부의 복지예산을 절감케 하므로 건전 재정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복지는 시급히 확대해야 할 문제이나 공공부문에서 국민의 부담증대와 민간부분에서 나눔의 확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차상위 계층이하 빈곤층은 정부의 복지시스템이 일차적으로 보호해야 하지만 아직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형편이라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복지가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나눔의 문화가 채워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가진 사람이 베푸는 베풂의 문화가 확산 됐다면 이제는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는 나눔의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나눔이 없으면 삶에 문제가 되지만 나눔이 있으면 삶은 축제가 된다.
나눔은 채움이요, 사랑이다. '2013 한밭 나눔대축제가 '나눔 대전, 오! 좋아'라는 주제를 가지고 10월 5일, 서대전 광장에서 개최된다. 교육만두레 어울마당을 비롯해서 재능나눔 공연, 나눔·사회공헌·사회서비스·푸드뱅크·지역자활체험과 같은 다양한 행사들이 전개된다. 또한 나눔축제와 함께 10월 말까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나눔캠페인을 전개해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겨울나기 운동도 함께 벌인다. 과거에는 거리가 가까워야 이웃이라 했지만 지금은 물리적 거리가 멀어도 관계가 깊으면 이웃이다. 나눔은 용기 있는 자만이 행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이다. 가자, 모이자, 10월 5일 서대전 광장으로. 다 함께 모여 자원봉사 최고도시 대전시민의 저력과 나눔의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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