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국회에서 부결될 즈음 일반 국민들은 수정안 얘기만 나와도 넌더리를 칠 정도로 노이로제의 대상으로까지 파급됐다.
수정안 파동 이후 모든 사람들이 세종시 계획에 대한 경미한 변경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고, 계획의 현실적 조율조차도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계획수립 당시 정치적 일정에 따라 무리하게 계획된 측면이 많이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속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이에 대한 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정치적 잣대로 판단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앙행정기관들이 지난해부터 이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먼저 내려온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들의 생활고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관련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와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공무원들이 이전할 계획이다. 그런데 당장 올해 이주해야할 공무원들 사이에는 청사 입주에 대한 두려움마저 나타나고 있다. 사소한(?) 문제이긴 하나 새집증후군에 대한 걱정이 그것이다.
입주한 공무원들은 두통과 호흡질환, 피부질환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의 검출량이 국내 권고치의 4~6배로 나타났으며, 고위공무원이 사용하는 작은 방의 경우에는 최고 9~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 이러한 문제가 공무원의 잦은 출장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하는 자그마한 의구심이 생긴다.
일반적인 계획의 집행에서 문제가 나타나면, 당연히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계획의 조정이 일어나야 하나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공무원들은 무조건 정해진 시간 내에 입주해야 한단다. 몇달 만 늦추어도 최근의 기술로 새집증후군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내에 입주해야 한다고 한다.
계획에서 상황이 바뀜에 따라 내용에 변경이 일어나는 것은 원래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리고 현실 여건의 변화에 따른 계획의 조정은 계획 목표 달성에 더 효과적이며, 더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지금 세종시의 계획 목표와 성격, 내용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는 곤란할 정도로 많이 진행됐다. 그러나 현실에 맞게 계획을 조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초 예정지역인 행복도시 계획을 추진할 때, 2030년에 50만 명이 사는 것으로 구상했고, 2015년에는 15만명이 살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올해 2만2000명이 살고 있는데 내후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 것으로 보기에는 힘들다.
이에 한술 더 떠 세종시는 최근 도시의 미래를 설정하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2030년에 예정지역과 편입지역 합쳐서 80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지금 예정지역과 편입지역 다 합쳐서 12만 명도 못 미치는 인구이고, 국가적으로 인구감소추세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나온 계획이다. 인구를 과다 계상하면 이에 따른 인프라, 행정 등의 비용도 늘어나게 되고 난개발의 우려도 커지게 된다.
지금은 국민 어느 누구도 세종시 계획이 대폭 변경되어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공무원과 연구원들의 이전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다면, 이들이 이전하고 나서 더욱 더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계획수립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여건 변화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계획 집행에서 새롭게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대책도 새로운 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된 과도한 거품에 대한 현실적 조정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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