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성인(34)씨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으로 쓸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좌절감부터 맛봤다. 짧은 직장생활 동안 아껴가며 6000만원 가량의 자금을 모았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뒤늦게 실감한 것.
오씨는 “이 돈으로는 20평형대 미만의 작은 아파트 전세도 안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며 “무조건 대출을 받아야겠지만 대출금을 합쳐도 내집마련은 커녕, 소형 아파트 전세값 밖에 안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대전지역에서도 상당수 아파트가격이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전세 아파트 역시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아 또다른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우려감만 키우고 있다.
▲대전의 아파트 10가구 중 1가구가 1억원 미만=본보가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와 함께 분석한 대전지역 아파트 가격에 따르면 대전지역의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1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1가구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1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2만5964가구로 파악된 대전지역 전체 아파트(23만6810가구)의 10.96% 수준인 것.
나머지 21만846가구는 1억원 이상이며 최고 9억원대까지 분포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유성구와 서구에서는 1억원 미만의 아파트 비율이 겨우 4%, 6.9%밖에 되질 않아 아파트 마련에 1억원 이상의 자금은 필수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주부 한영숙(40·동구 판암동)씨는 “서구, 유성구 쪽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아파트 가격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이제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1억원 미만의 아파트를 살펴보더라도 내키지 않을 뿐더러 좀더 좋은 입지를 선호하게 되면 무조건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아직도 불안한 전세 아파트=그나마 대전지역에서 전세가가 1억원 미만인 아파트는 6만4562가구로 파악된 전체 전세 아파트 가운데 27.35% 규모다.
그러나 이미 대전지역 절반 가량의 아파트가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이어서 전세가에서도 1억원의 목돈을 마련해두지 않는다면 선호되는 아파트로 입주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2억원 이상 3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아파트 역시 전체의 15.72%나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만큼 갈수록 전세난 가중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아직까지는 전세가 하락세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동구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1억원 미만의 전세아파트 집주인들이 상당수 1억원 이상으로 보증금을 올려놨다”며 “갈수록 1억원 미만의 전세 아파트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찾더라도 비선호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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