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용이다. 천안에 사는 고모(47)씨는 2002년 3월부터 2007년 9월26일까지 천안월봉초와 1년 단위로 조리종사원 근로계약을 맺었다. 2007년 9월 27일부터는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했다. 계약상 업무는 급식실 조리종사원이었지만, 고씨는 2002년부터 행정실에서 급식사무보조 업무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정원이 14명이 조리종사원 중 1명이 2010년 11월 사직하면서 학교장은 고씨에게 본래 업무인 조리실 근무를 지시했다. 고씨는 행정실 근무를 원했지만, 새로운 업무분담에서 고씨의 근무지는 급식실로, 담당업무는 급식조리로 변경됐다. 고씨는 학교 측에 사직 의사를 밝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2011년 3월까지 3개월여동안 행정실에 근무하도록 요청해 학교 측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고씨가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행정실 근무를 재차 요구했고, 학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부터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고씨가 담당하던 급식비 세입업무가 없어졌고, 조리종사원 한 명까지 사직하면서 또다시 급식실 근무를 지시했지만, 거부했다.
이에 학교장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업무량의 변화와 사업의 종료, 예산 감축 등을 이유로 고씨를 해고했다. 결국, 고씨는 충남교육감을 상대로 소송했고, 1심은 고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고씨에 대한 해고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업무 지시를 거부해 부득이하게 한 정당한 해고라는 충남교육청 측의 주장을 인정했음에도, 재판부는 고씨의 해고를 정리해고로 봤다. 징계위원회가 아니라 인사위원회를 통해 해고했기 때문이다.
경영상 긴박한 상황에서 해야 하는 정리해고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우선, 무상급식에 따라 소멸된 업무는 고씨의 업무 중 일부라는 점, 당시 인근 학교들이 행정실 사무보조인력 채용 중이었던 점, 다른 조리종사원 1명을 채용한 점 등을 근거로 경영상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학교 측이 해고회피 노력을 했는지,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의해 해고대상자를 선정했는지, 노조나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했는지 등을 종합해 해고 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신귀섭)는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29일 밝혔다.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정리해고가 아니라 통상해고로 규정했다. 때문에 정리해고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해고 근거로 조리종사원 예산지원 기준이 14명이라는 점, 계약상 조리종사원임에도 급식실 근무 지시에 불응한 점, 무상급식 시행 후 고씨의 임금 지급 재원이 사라지는 점 등을 들었다. 직원 수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본연의 업무로 복귀시켜 인원배치를 조정하려 했다는 점에서 통상해고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계약상 조리종사원으로 임용됐고, 교장이 지정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점에서 급식실 근무 지시는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금 재원이 소멸된 상태에서 사무직에 배치해야 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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