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자체, 담보없이 12개 기업에 223억 내줬다

지자체, 이행담보 규정 안지켜… 충남도 등 53곳 규정조차 없어 감사원, 기업투자유치 촉진 조례 강화 등 철저한 사후관리 요구

●지방이전기업 보조금 관리 허술

충남도를 비롯한 천안시 등 상당수 지자체가 기업지방이전에 따라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했지만, 환수조치 등 사후관리는 뒷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관련법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에 대해 기업당 최고 60억원, 소요예산의 50~7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자체의 지방이전기업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재정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각 지자체는 수도권 소재 기업의 지방이전을 위해 투자양해각서 체결이나 협약을 맺는 유치에 열을 올려 왔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보조금은 눈먼 돈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환수를 강화하기 위해 당초 임의규정이었던 저당권설정이나 가등기 등을 강행규정으로 개정했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지자체가 이행 담보에 대한 규정조차 마련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고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감사원이 9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충남도 등 53개 지자체는 이행담보 관련 규정이 전혀 없었으며 천안시 등 21개 지자체도 해당 시·군의 조례로만 임의규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일부 지자체는 강행규정을 마련했음에도 담보이행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법적 손질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감사원이 천안시 등 1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46개 기업에 대해 사후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 절반 이상이 환수가 쉽지 않을 것을 예상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내역별(지자체 중복포함)로는 이행담보 관련 규정이 없는 9개 지자체 내 20개 기업이 359억원을 아무런 담보설정조차 없이 자금을 지원받았다.

동해시와 춘천시 내 2개 기업은 37억9000만원을 빌려쓰고도 이행담보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광주시 등 11개 지자체는 24개 기업에 지원자금 494억4700만원을 지원하고도 담보설정 등을 하지 않았다.

특히 보령시와 서산시, 청양군은 2008년~2011년 사이 임의규정을 따라 이행담보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천안시 등 일부 시·군도 근저당을 설정했지만 9순위까지 밀려나 사실상 이행담보조치를 하지 않은 꼴이 됐다.

충남지역 내 담보가 확보되지 않은 12개 기업이 지원받은 금액은 무려 223억4500만원에 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보조금 이행담보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기업투자 유치 촉진 조례의 관련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개정 또는 신설토록 방안을 마련토록했다”며 “천안시 등 16개 지자체 등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천안=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