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8월까지의 숙박 일수를 굳이 비교하자면 정 총리가 세종 공관보다 서울 공관을 활용한 날이 4.3배나 많은 것으로 나왔다. 물론 세종시 이전 예정 기관뿐 아니라 정부의 주요 기능, 그리고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소재해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 이를 감안해도 총리 집무실에서 가까운 공관에 머무는 횟수가 적은 것은 그만큼 세종시 근무가 적다는 뜻이다.
이 같은 편중은 일정 대부분을 서울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심화된 현상이다.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각 부처 장관들의 경우도 서울 등 다른 곳에서 보낸 일정이 80%를 웃돌아 세종시에 마련한 장관 관사는 텅 비어 있을 때가 많다.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로 설계된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총리의 공식·비공식 일정 중 세종시 일정도 턱없이 적다. 서울 공관이 7배 이상이다. 세종시에서 온전히 근무한 날이 적으니 국가행정의 중대 걸림돌이 세종시 업무 공백인 양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 고위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은 업무 대기 시간을 증가시켜 또 다른 비효율을 낳는다. 그동안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별로 모색된 것 같지도 않다.
여기에는 다소 시간을 두고 해결될 부분이 있고 영상회의로 극복될 수준을 넘어선 것이 있다. 어쨌든 입주 부처부터 세종청사의 위상을 키워나가야 더 빠르고 효율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다. 당초 세종시를 구상했던 것이 행정기관만 있는 베드타운이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지역 현지에서는 서울 공관 폐지 주장까지 하고 있다.
행정 비효율이 세종과 서울 간 120㎞라는 물리적 거리 문제만은 아니다. 중앙행정 따로, 세종청사 행정 따로가 그 본질이다. 서울 상주를 줄이려면 국회의 태도 변화와 협조도 절실하다. 행정 비효율 해소는 세종청사 중심의 행정, 곧 행정의 중심축을 세종시에 구축한다는 의지가 있을 때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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