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환 홍성군수 |
올해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고생이 많았던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보상이라도 하듯, 큰 바람이나 비 피해 없이 너른 들판이 풍년을 약속하며 황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어, 한결 풍성한 마음으로 10월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12월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충남도청이 80년 대전시대를 마감하고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에 걸쳐 조성되는 내포신도시로 이전했고, 올 3월 충남교육청이 이전을 완료한데 이어, 내일부터는 충남경찰청도 이전을 시작한다. 처음 도청이전을 확정지을 때만해도 많은 이들의 머리 속에 꿈처럼 그려지던 그림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수년전만해도 황량하기만 했던 신도시 조성 부지에는 도청사를 비롯한 이전 기관의 건물들이 저마다 멋진 외양을 뽐내며 우뚝 서 있고, 공동주택도 속속 분양과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수년 내에 내포신도시는 200만 충남도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품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도청신도시 조성이라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사적 변화의 흐름이 오랫동안 이 곳에 터를 잡아 살아온 홍성군민들에겐 지역 발전이라는 희망찬 내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원도심공동화라는 걱정거리도 함께 안겨 준 것이 사실이며, 이런 사정은 도청신도시를 함께 유치한 예산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신도시가 조성되기 시작된 후부터 도교육청이 이전을 완료한 지난 3월말까지 지역의 인구변화 추이를 보면, 신도시가 위치한 홍북면 인구는 1500여명이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홍성군 전체 인구는 약 1100명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고, 오히려 홍성읍 인구는 100명 정도가 감소했다. 더욱이 KT&G 홍성지사가 내년에 내포신도시로 이전키로 하고, 오랫동안 지역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온 홍성고등학교가 오는 2015년 내포신도시로 이전키로 확정하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 전부터 홍성군에서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의 특화 전략 추진, 홍성역 발전특구 지정을 통한 역세권 개발, 옥암지구 도시개발사업, 오관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통해 원도심의 정주여건을 개선해 원도심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릴레이 워킹그룹과 상생발전기획단을 운영해 신도시와 원도심의 상생발전 아이디어를 도출해 군정에 접목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으며, 도와 홍성군, 예산군이 함께 문화·체육행사를 치르기도 하고, 민간 단위의 교류협력을 적극 지원하는 등 상생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내포신도시의 조속한 안정화라는 현안과제를 풀어가야 할 충남도, 지역발전과 원도심공동화 대비라는 숙제를 풀어가야 할 홍성과 예산은 내포시대 성공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서로 간의 긴밀한 협조와 이해, 이를 통한 공동의 노력이 없다면, 어쩌면 이해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껄끄러운 이웃이 될지도 모른다. 중국 남북조 시대에 송계아(宋季雅)라는 이가 은퇴 후 노후에 살 집을 보러 다니다가, 여승진(呂僧珍)이라는 사람이 이웃에 살고 있는 백만금짜리 집을 천만금을 주고 샀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과하게 집값을 치른 송계아에게 의아해하며 까닭을 묻자 “백만금은 집값이고, 천만금은 좋은 이웃을 만난 값이다(百萬買宅 千萬買隣)”라고 답했다 한다.
내포시대의 성공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풀어나가야 할 세 주체인 충남도와 홍성군, 예산군이 각자의 이익만을 좇는 쉬운 길을 택한다면, 이는 백만금을 주고 집을 사는 것에 그칠 것이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손해를 볼지언정, 서로 힘과 지혜를 모아 상생발전의 길을 택한다면, 천만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좋은 이웃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 지은 번듯한 집에 만족하는 마음이 아니라, 희망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좋은 이웃을 찾는 송계아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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