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이 지나 세종시 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여건이 수면 위에 급부상했지만, 시 차원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옛 연기군의 2배 수준인 45억원까지 재정보조금을 확대하고, 2차례에 걸친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시민 만족도는 나아졌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노선수와 버스대수의 급격한 확대는 1일 노동시간 최대 18시간이라는 최악의 근로조건을 낳고 있고, 시의 재정부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시민복지라는 점, 소외 지역으로부터 빗발치는 민원을 시가 홀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했다.
자연스레 노동여건과 사고 위험 예방에는 팔짱을 낀 모습이 됐다.
세종교통 역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체적인 인력 충원 및 인건비 증액에 나설리 만무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버스 노동자의 삶의 질 저하 및 대형사고 위험성 증대, 시민혈세 가중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최근 단식 투쟁 등 강경대응과 함께 시의 중재를 촉구한 이유다. 그렇다고 예컨데 1일 30명 이하 탑승지 폐지 등 노선 축소정책에 나설 수도 없다.
1일 30명 이하 노선이 67.1%에 달하고 있고, 가장 활성화된 반석~첫마을, 첫마을~오송 BRT가 연간 수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됐는데도 그렇다. 이대로가면 예산 부족분이 향후 3년 내 800억여원에 달할 것이란 최근 용역 보고서도 시민편의 가치에 무기력하다.
인근 대전시 관계자는 “대중교통은 시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다. 1일 승객수와 수익성 잣대로 노선수를 결정할 순없다”며 “노선 조정기준을 통상 1일 100명 이상으로 두고 있지만, 현재 50명 이하 일부 노선 운영은 이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읍면 벽지 노선의 경우, 버스 대신 승합차로 지선 기능을 대체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노선수는 인구유입 및 거주지 확대에 따라 증가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로선 세종교통에 대한 연간 보조금 확대를 전제로, 예정지역과 읍면지역의 안정적인 인구유입 유도책만이 해답으로 귀결된다.
보조금 확대로 버스 인력 충원 및 인건비 증액을 도모하고, 인구유입 활성화로 1일 승객수 확대를 가져올 수있기 때문이다.
시는 일단 예정지역의 경우, 다음달부터 기존 20분 이내 주차단속 기준을 10분 이내로 단축하는 등 강력 대응을 하나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수성을 감안, 대중교통 안정화를 위한 추가 재정지원 확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병선 시 건설도시 분과 자문위원장은 “현실적 대안은 결국 세종시특별법의 연내 통과”라며 “정부가 관심갖지 않으면, 복지와 건설, 투자유치 등 여타 부분의 예산을 빼서 돌려막는 등 악순환이 거듭된다. 또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요구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의 한 교통 전문 교수도 “시가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법 밖에 없고, 아무리 지자체 고유 사무지만 정부 역시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과도한 노동시간 등 열악한 근무여건을 인정한다. 무한정 보전이 어려운 게 시 입장에서도 답답한 노릇”이라며 “노사간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만 기다려달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끝>
세종=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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