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물공영주차장 설치 딜레마

공식차고지 1곳뿐, 불법주차 부작용 속출… 市 예산부족 등 이유 난색 화물연대 내일 시장면담

대전지역에 화물 공영주차장 설치를 요구하며 화물차 운전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서 대전시가 '진퇴양난'이다.

화물차 공영주차장이 부족해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하는 운전자들이 주차장 조성을 요구하고 있고 시는 '조성의무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북부지역의 공단밀집지역에 물류시설이 부족해 입주기업들이 타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영주차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25일 대전시와 화물연대 대전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대전지역에 5t이상 일반화물차는 6578대다. 일반화물과 개별화물을 모두 포함하면 8110대에 이르고 있다.

이는 대전에 등록된 차량이며, 충북이나 충남 등 타 지역에서 등록하고, 대전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차량까지 포함하면 1만여대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화물 운수사업법상 화물차 사업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차고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도심내 차고지 확보가 어려워, 대부분 외곽지역의 임야 등에 서류상 차고지만을 확보해 등록허가를 받고 실질적으로는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는 절반이상이 서류상 차고지를 이용하지 못하고 공단 주변이나 주택가에 주차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고지가 아닌 주택가에 주차할 경우 주차단속에 적발되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화물운수 사업자들은 “대전지역내 영업용 화물차를 수용할 수 있는 화물공영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시가 직영하는 화물 공영 주차장을 조성해 줄 것”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전지역에는 남대전 화물차고지 1곳과 대정동 터미널 1곳, 대한통운 터미널 1곳 등이 운영되고 있으나, 공식 화물차고지는 남대전 1곳에 불과하다.

이들 운수사업자 대부분은 대덕산업단지내 화물 차고지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특구법에 묶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영주차장 무시하기에는 부작용 속출= 문제는 대전 북부지역의 경우 화물주차장 등 물류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아 늘어나는 물류수요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대덕산업단지와 테크노밸리 산업단지가 들어선 대전 북부지역의 경우 산단 조성 당시 창고나 화물주차장 등 물류시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물류시설은 산업단지 밀집지역 등 산업활동이 활발한 지역에 물류시설을 조성해야 하지만 남대전물류단지 등에 조성해 물류시설을 필요로 하는 기업 등에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테크노밸리 산단과 대덕산업단지는 특구법을 적용해 물류시설이 입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주)미래생활은 물류시설 부족으로 인해 충북으로 이주했으며 한솔제지와 한국타이어 등은 창고시설과 컨테이너 야적장 부족으로 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물류시설 부족은 화물자동차의 불법 밤샘주차 등을 유발해 주민들에게 민원을 야기하고 각종 도난사고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대전 북부지역에 화물주차장이 부족해 지난 5월부터 지속적으로 임시 주차장 건립 등 물류시설 확보를 요구해 오던중 지난 8월21일 신일동에서 승용차가 주차돼 있는 화물차를 들이받아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며 “이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대전시의 외면으로 인한 인재”라고 밝혔다.

다른 화물차 운전자는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이들에게 과태료 20만원은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 이라며 “대전시는 불법 밤샘주차 단속을 하기 전에 최소한의 물류시설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시가 북부 산업지역 물류시설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지만 부지확보가 어렵고 예산이 부족해 당장 물류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고 말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대전시가 실현하기 어려운 미래 계획보다는 현시점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산단 인접지역에 민간 물류기업을 유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대전시는 27일 화물연대 대전지부와 시장면담을 약속해 이 자리에서 북부지역 물류문제와 공영주차장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김민영 기자 min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