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정림동의 한 아파트 집주인은 최근 전세 아파트를 내놓은 가운데 새 정부의 공약이행사항인 목돈 안드는 대출에 대해 부정적인 대답을 할 뿐이다.
전세아파트가 없어 오히려 전세 수요자들이 발을 구르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들의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8·28 전월세 종합 대책 이후 전세난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세입자 위주의 대출 정책이 시장에 먹혀들 리가 없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선거의 공약사항인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제도가 전세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상승세를 이어가는 전세가에 대한 세입자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말그대로 목돈이 들지 않는 대출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에서는 일제히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전세자금대출)'를 내놓았다.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한 은행에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집주인이 은행에 가서 보증금 반환 청구권과 우선변제권을 은행에 넘긴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되면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한달가량 지난 현재 가입자는 38명이며 대출금은 23억원에 그칠 뿐이다.
이같은 결과는 이미 대통령의 공약이 발표되면서부터 우려를 낳았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갑'의 입장에 있는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 청구권과 우선변제권을 은행에 넘긴다는 동의를 해줄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구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물건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세입자로서는 이같은 전세대출 상품을 적용하기보단, 전세가격이 오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 전세세입자는 “새정부 들어 정책공약사항을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고 일부 공약 이행이 안되는 경우도 나타나는 등 부실공약이 선거전에서 남발된 것 같다”며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방향을 찾지도 못한 채 정책에 칼을 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역의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매매시장을 살려 전월세난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매매시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오히려 내년들어 또다시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키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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