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문제가 지역 정치권의 화두로 다시 부상했다. 과학벨트 수정안 문제로 대립했던 지역 정치권은 선거구 증설 필요성에 공감하며 모처럼 뜻을 모았다.
선거구 증설은 지역민의 권리를 찾고 지역의 정치적 역량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앞서 17·18대 국회 때 구체적 합의까지 했으나 이해관계와 중앙정치 논리 등에 부침을 겪어야만 했다. 때문에 새롭게 시작되는 선거구 증설 문제가 이번에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청권이 선거구 증설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보았다.
▲필요성 공감=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은 항상 초미의 관심사였다. 언제까지 충청권 유권자 표의 가치가 제값을 받지 못하느냐는 한탄에서다. 유권자의 한 표가 지닌 의미와 무게는 같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표의 등가성이나 지역간 형평성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충청권 인구는 지난달 525만 9841명으로 호남권(524만 9747명)을 앞질렀다. 그러나 충청권 국회의원 숫자는 호남보다 다섯 석이 적다.
대전의 경우, 광주와 비교하면 인구가 4만여 명이 많지만, 국회의원이 두 명이나 적다. 반면에 인구 수가 37만이나 적은 울산과 같다. 대전 유권자의 표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국회의원 숫자는 국책사업 유치와 국비 확보 과정 등에서 정치적 역량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같은 불리함을 바로 잡고자 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 시민들은 협의체 등을 구성하며 선거구 증설에 한뜻으로 뭉쳤다. 이에따라 대전과 천안에서 선거구 증설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특별자치시인 세종시 역시, 도시 위상에 맞게 공주시와 분리해 독립선거구로 할 것을 요구했다.
▲어떻게 진행해왔나=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지난 2008년 지역 정치권은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에 공감하며 '3당 회동'(박병석 대통합민주신당, 이재선 한나라당, 권선택 국민중심당 시당위원장)을 통해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또 정치권은 민간 전문가 그룹과 함께 '대전 선거구 증설협의회'라는 민·정 협의체도 구성했다.
협의체는 두 가지 측면의 접근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이뤄내려고 했다. 도안 신도시 행정구역 경계조정을 논의하는 '행정트랙'과 선거구 증설을 논의하는 '정치트랙'이다.
더불어 정치권과 학계는 국회 선거구 획정위원회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압박하는 등 충청권 선거구 증설을 위한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세종시 선거구 신설을 위해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선거구 증설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당은 당력을 집중했다. 시민사회도 세종시 정상추진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신설을 촉구했다.
▲한계는 뭐였나=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는 선거구 증설은 사실 쉽지 않은 과제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 한 다른 지역에서 의석을 빼와야 하기 때문이다. 개헌 가능성도 크지 않다. 또 선거구 획정은 인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지역 정치권은 협의를 구성하며 하나 된 입장을 내비쳤으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견해차에 밀렸다. 즉, 국회 차원의 공감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또 정치권이 각자의 셈법만 앞세우며 협의체는 구체적인 실행안 보다 권고하는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 당시 대전시에 전달된 권고문은 선거구 증설의 핵심요인은 자연적 인구 증가라고 주장하며 행정구역 조정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협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충남의 경우, 천안을 선거구가 법적 요건을 갖췄음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막판 정개특위 심의대상에는 올랐지만 게리멘더링 논란 속에 증설에 실패했다. 여기에 선거구 증설을 위한 때늦은 대응도 문제였다. 19대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구 증설이 공론화되면서 타지역의 이해나 지역에서 큰 추진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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