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자 계룡 용남고 교사 |
그러나 순탄치 못한 일도 있었다. 특히 학교 고사와 겹쳐질 때는 아이들이 다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은 학원 수강이 있는 날이라서 빠져요, 오늘은 멀리 떨어져 근무하시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가야돼요.' 그러나 어느 날에는 눈물을 툼벙툼벙 흘리며 열심히 책을 읽겠다고 소회의실로 오는 학생도 있었다.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지도하고 늦은 귀가길 남아 있는 여름의 열기라도 식히려는 듯이 밤새 비가 내렸다. 번개와 천둥까지 치는 바람에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 오려면 밤새 내리고 내일은 내리지 않았음 좋겠다'고 생각도 했다. 그러나 대회 당일에도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120mm나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학생들의 안전한 인솔을 책임지는 지도교사로서 고속도로 운행 경험이 없어서 망설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국도를 택하기로 했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수상스키를 하듯 물살을 가르며 달려야 하는가 하면, 지나가던 옆 차선 덤프트럭이 물장구를 치는 바람에 윈도 브러시가 무색할 정도로 물벼락 세례에 시야가 가려지기도 했다. '그래, 어떠한 상황에도 놀라지 말고 운전대를 바르게 잡고 똑바로 가는 거야.' 담대한 마음으로 쉬지 않고 달려 대회장소인 대천여고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앞서 출발한 동료교사가 보이지 않았다. 운전에만 신경 쓰느라 휴대폰을 못 본 탓에 휴게소에 들른 것을 나중에서야 알아차렸다. 아이들 간식을 먹이고 부랴부랴 도착한 시간은 시작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그러나 전날 밤새 내린 비로 산사태라는 천재지변이 생겨 대회 시작이 30분 정도 지연됐다.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고 인솔교사들은 대기실로 이동했다. 탈락하는 대로 학생들이 대기실로 찾아오도록 안내되었다. 차를 마시면서 대기하고 있노라니 출전했던 아이들이 차례차례 나타나 인솔교사와 함께 대기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너무 일찍 떨어져서 머쓱해하는 제자를 달래느라, '그래, 잘했다! 덕분에 일찍 가서 쉴 수 있겠구나!' 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렇게 시작된 지 한 시간이 훨씬 지나고 대기실이 썰렁해지고 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우리 아이들에게서는 깜깜무소식이었다. 아무 소식이 없어서 혼자 기다리다 못해 대회 장소에 직접 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특하게도 5명 중, 1명만 탈락되어 있었다. 얼마 후, 또 한 명이 나오면서 자신은 은상일거라고 그래도 좋아했다. 이제 남은 3명은 모두 금상 권에 들었다고 일러주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세 학교에 각각 한 명씩 남아 마지막 막상막하의 실력대결을 하는 중이었다. 드디어 차례로 다른 두 학교의 학생이 먼저 나오고, 작년 시군대회에서 독서 왕을 하고 도 대회에서 아깝게 독서 왕 자리를 놓쳤던 배재영군이 마지막 남아 독서 왕이 됐다. 참으로 침착하게 척척 문제를 풀어 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했다.
꽃다발을 선사받은 독서왕은 생각보다 태연했고 지켜보던 우리가 오히려 승리의 기쁨에 들떴다. 하늘은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파란 하늘을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라는 구절을 음미하며, '충남 독서 골든벨 대회 독서왕'과 '학교 표창'이라는 '가을의 선물'을 안고 행복한 귀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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