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 20년을 맞았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지역의 특산품 등을 활용해 지역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많이 길러내는 농산물의 경우 이를 두고 자치단체간 다툼도 치열하다.
청양고추는 충남청양과 청송-영양이 서로 이름찾기를 하며 진통을 겪은바 있고, 서해안을 따라 홍성과 보령, 서천까지 대하가 출하되는 지역은 저마다 브랜드를 걸고 지역 축제와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후 변화로 재배가 잘되던 농산물이 사라지기도 하고, 품종 확산으로 타지역 재배도 늘어나면서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마케팅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토산품, 특산품 마케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지역 마케팅은 바로 '인물'이다. 인물을 통해 지역관광은 물론 문화의 상품으로, 주민통합 등 연계확대 효과가 크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허구 대상인 홍길동일수도 있고, 김삿갓일수도 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작가 이외수씨나 코미디언 전유성씨라도 인물 마케팅의 효과는 뚜렷하다.
대전하면 어떤 인물이 떠오르는가? 대전의 유일한 문화재의 주인인 동춘당 송준길 선생과 단재 신채호 선생 역시 대전이 배출한 인물이다. 대전이 배출한 인물은 아니지만 지역에 유일한 인물 예술인으로 미술관과 재단이 건립된 이응노씨도 떠오른다. 하지만 여전히 대전의 인물 마케팅에 대한 갈증과 필요성은 존재하고 있고, 이에 대한 고찰은 필요해 보인다. 93년 엑스포 외에는 딱히 도시 브랜드가 떠오르지 않는 대전의 경우는 더욱 필요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가 바로 인물 마케팅이다. 본보는 지역 마케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유명 인물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를 살펴보고, 타지역과 해외의 선진사례를 통해 지역에도 접목 가능한 방안들을 5차례에 걸쳐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홍성에 있는 이응노 기념관 |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신뢰를 주는 산타클로스라는 가상의 인물은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를 살린다. 핀란드의 로마니애미 산타 마을이 그곳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께'라는 수신처만 밝혀도 편지가 이곳에 배달된다. 매년 전세계에서 이곳으로 75만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이곳에는 국가별로, 언어별로 엘프들이 고용돼있고, 75만통의 답장을 아이들에게 보낸다. 최근에는 한국인 엘프도 고용됐다.
덕분에 산타클로스를 보기위해 전세계의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고, 산타클로스 덕분에 로마니애미 산타마을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자칫 동심속에, 마음속에만 간직했어야 할 산타클로스는 마케팅을 통해 살아났고, 지금까지도 허구가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됐다. 허구의 인물이 이 정도라면 살아있었던 인물이거나 생존해 있는 인물을 통한 마케팅은 더욱 쉬울 수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화가였던 이중섭은 제주도가 잘 활용하고 있다. 이중섭 미술관도 세우고, 이중섭 거리도 만들어 국내 테마거리 가운데 최고의 테마거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이 고향인 노인과 바다의 작가 헤밍웨이는 작품속의 배경인 쿠바가 선점하고 있다.
출생지가 아니지만 쿠바 문화 축제에서는 헤밍웨이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쿠바여행의 핵심적 코스는 헤밍웨이의 소설속 마을이다. 그가 마셨던 음료와 커피, 술, 영감을 갖고 글을 썼다는 장소까지 모두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화천군 터줏대감 작가 이외수 |
산, 물, 자연환경 등 어찌보면 비슷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한 마케팅보다 더욱 강렬한 마케팅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물이다.
작가 이외수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화천군의 경우를 보면 확실하다. 강원도 화천군은 2004년부터 1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감성마을을 만들었다. 화천군은 춘천에 거주하던 작가에게 문학관과 집필실 등을 제공하며 2006년 이외수 작가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
▲ 전세계에서 매년 75만통의 편지가 올 만큼 유명해진 핀란드의 산타마을. |
2011년에는 산천어 축제 취소에 따른 지역의 어려움으로 화천 농산물 구매를 호소했고, 한달동안 15억원에 이르는 농산물이 판매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대전, 인물은 넘치지만 마케팅은 숙제=단재 신채호 선생은 대전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다. '조선상고사'를 집필한 민족사학자이고,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항일언론인이기도 하다. 일제를 향해 머리를 숙일 수 없다며 서서 세수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대쪽'같은 독립 운동가이기도 하다. 중구 어남동에는 단재 선생의 생가가 있다. 생가는 복원돼 있지만 단재가 대전이 낳은 인물이라는 것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되고, 그의 생가를 찾아가본 이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 제주도 이중섭 거리. |
그게 인연이 돼 지금은 대전의 예술가로 남게 됐고, 부인 박인경 여사의 협조로 대전에 '고암이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만들어졌다.
현재 충남 홍성에서도 이응노 생가·기념관이 지역민의 긍지로 건립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고암 미술상 운영까지 홍성군은 활발한 '이응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전과 홍성, 서울의 거주지까지 모두 이응노를 통한 마케팅을 '각자' 하고 있다. 문화예술인의 경우 일상과 작품 속에 녹아있는 인생관과 세계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계마케팅과 코스 개발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인물을 부각시킬 수 있다. 생가나 작업실에서 벗어나 인물이 작품속에서, 그림속에서 언급했고 그렸던 장소도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역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인 (주)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는 “독일의 경우 동화작가인 그림형제를 출생지를 기점으로 '빨간모자'의 무대인 알스펠트, '동물음악대' 브레맨까지 70여개 도시와 마을이 관련 여행지 코스로 묶여져 그림형제를 사랑하는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그림형제를 소제로 한 메르헨 가도와 같이 관광지를 연결시키는 그랜드 투어 방안 구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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