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부르기 금지법' 학생 인격보장 VS 정치 도구화

홍종학 의원 등 발의… 교총 “폐기 촉구” 발끈

“오늘 며칠이지? 24번 일어나서 답변해봐.”

이는 각급 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교사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특정 학생을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부르는 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학생번호 부르기 금지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최근 학교 문서에 기재된 식별 번호로 특정 학생을 지칭하는 것을 금지하는 '초ㆍ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안 이유는 학생의 권리 및 인격권 보장을 위해서다.

홍 의원은 “교사가 편의상 1번, 2번, 3번 등 번호로 학생을 지칭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는 학생을 비인격적인 주체로 인식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선진국들은 학생을 대상으로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지 않거나, 부여하더라도 수업 시간에 이름을 대신해 번호를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해 학생의 인격권 보호 및 창의성 발현을 돕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료 의원 17명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으며,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할 경우 일선 교사들은 더 이상 번호를 사용해 학생을 지칭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총이 발끈하고 나섰다.

학교 현실을 알지 못한 채 교육활동을 법으로 통제하려 한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현재 다수 교원이 학생이름을 외우고, 부르는 학교현장을 왜곡해 대다수 교원의 사기를 꺾는 법안이다”며 “동명이인의 학생이 있고 학생평가 등에서 이름과 함께 번호 사용의 불가피성도 있는 교육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름 대신 번호를 호칭하는 일부 교사가 있다면, 교직사회 스스로 노력과 행정지도를 통해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도록 하면 된다”며 “이번 법안은 정치인의 교육경시 및 교육의 정치도구화적 발상으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