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합성된 유기물은 동물성 플랑크톤, 물고기, 동물 그리고 인간까지 이르는 먹이사슬의 단계를 거치면서 체세포를 형성하거나 에너지 원으로 사용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물풀이라는 뜻을 가진 조류(藻類)라고 칭하기도 하며, 이들은 녹조류, 남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 다양한 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어느 특정 생물이 과다하게 번식한다는 것은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녹조현상 또는 적조현상은 많은 수질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에는 4대강의 녹조 문제가 또 다시 이슈가 되었고 우리의 연안 바다에도 어김 없이 적조현상이 발생했다.
녹조나 적조에 대한 대책은 황토를 뿌리는 것이 유일한 것으로 이야기 하지만 이 효과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황토는 미세한 점토성분이 조류를 서로 엉겨 붙게 해 침전시키면서 수표면에서는 없애는 것 같지만, 이 과정에서 조류는 근본적으로 제거되는 것이 아니고 바닥으로 이동하는 것 뿐이다. 반면 이렇게 가라앉은 침전물들은 바닥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는 이물질로서 날벼락이 아닐 수 없으며 따라서 저서 생물의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것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조류가 하루에 2배 이상 성장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제한됨 면적에서 제거를 한들 그 다음 날이면 더욱 많은 양이 증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녹조 농도는 개선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황토는 내륙에서 산지 등에서 퍼온 흙으로서 100% 정제된 제품도 아니고 포함된 성분과 수질에 대한 영향을 확실히 알 수 없으므로 오히려 수계의 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황토를 수입한다는 보고도 있는 바, 황토의 환경기준과 살포의 효과는 면밀하게 검증될 필요가 있다.
국토부, 환경부 그리고 해수부 등에서는 각각 녹조 및 적조에 대해 각종 대책을 수립하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미래부도 녹조와 적조에 대한 연구사업에 각각 수십억원을 지원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녹조와 적조문제는 과거 수십년간 반복되었음에도 다양한 부처에서 갑자기 지대한 관심을 보이니 이제는 녹조와 적조문제는 역설이지만 호강을 하고 있다. 수십억과 수백억의 연구의 결과로서 황토를 대신할 수 있는 신물질 또는 고차원의 기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을 충분히 투입하면 당연히 녹조와 적조를 처리할 수도 있고 먹는 물의 처리에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하천에 이미 발생한 녹조를 제어하기 위해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제 아무리 좋을 기술이라 하더라도 증상처리에 불과할 뿐이다.
녹조 현상의 주요 원인이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즉 수온과 일사량의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인데 만일 우리가 살찌는 원인이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한 것이 아니고 주변환경의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녹조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조류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수 있게 만든 오염물질의 증가에 있다. 4대강은 대한민국 전체의 물이 모이는 장소이며 오염물질도 대한민국 전체의 면적에서 발생하여 유입된다. 우리가 버리는 각종 오염물질이 우리 동네의 소하천을 오염시키고, 완전하게 처리되지 않은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또한 하천을 오염시키면서 4대강의 녹조 문제와 우리 나라 연안 바다의 적조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4대강 녹조의 관리는 대한민국의 오염원 관리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우리 모두의 실생활 속에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서 약 4조원 가량을 환경오염제어시설에 투입하였으나 아직도 우리는 4대강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실제로 얼마나 감소시켰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감소시켜야 하는 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녹조와 적조 현상이 잦아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에 어김 없이 찾아 올 녹조와 적조 문제로 또 다시 많은 대책회의를 하게 될 것 이다. 증상 처리에 골몰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 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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