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로 추석을 대하는 세태와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농경사회에서와 달리 알찬 곡물을 수확하기 전에 감사하는 본래적 의미는 상실되고 있다. 전통뿐 아니다. 추석 차례상은 수입산 수산물에 점령당했다. 그럼에도 가족 화목과 사회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명절 고유의 의미마저 퇴색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이 아름다운 명절에 경제성을 적용한다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 할 어렵고 외로운 이웃들도 생각하자. 명절일수록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이들에게 정감을 나누고 인정을 보태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의 기본 덕목이다. 대보름달처럼 넉넉한 인심이 아쉬운 계절이다.
남을 배려하는 미풍은 인구 대이동에 따른 혼잡 등 악조건에서 더욱 빛난다. 질서의식을 잃지 않는다면 막힌 길도 안전한 길이 된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들은 생활 불편 없이 명절을 보내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것이다. 교통 및 소방안전, 비상진료 체계 구축, 다중이용시설 안전관리가 매뉴얼대로 이뤄져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추석 직전 지역 업체를 포함한 개성공단 진출 업체가 재가동에 들어가는 등 남북관계 경색이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추석 전 정국 정상화 여망을 못 이룬 정치권은 분발해야 한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는 민심 또한 모이고 흩어진다. 정치 지망생들은 지방선거 초반 판세를 좌우할 차례상 민심잡기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지표상 안 나타나는 숨은 민심까지 제대로 읽고 껴안을 때 지역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줄 것이다.
끝으로 이번 추석 연휴는 앞만 보고 쫓기듯 살아온 현실을 잠시 접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양적 성장에 가치를 부여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차분하면서도 생산적인 재충전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기쁨을 공유하고 슬픔을 나누는 명절, 안전하고 여유로운 추석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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