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 ]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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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 ]시를 찾아서

[중도시평]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승인 2013-09-17 13:15
  • 신문게재 2013-09-18 20면
  • 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오늘부터 추석 연휴의 시작이다.

휴일 아침 고향을 찾는 독자분들을 위해 귀성길 차안에서 암송하시기 좋은 짧은 시 몇편을 소개해 드리려 한다.

아래의 시들은 19세에 초등학교 교사가 된 이후 43년동안 자동차 없이 뚜벅이로 살면서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 퇴임한 나태주 시인님이 본인 이름 '나태주'를 '나좀 태워주세요'라는 의미라며 자신은 장마당에 나온 시골 닭같다고 소개한 뒤 전해준 시들이다.

천적-조병화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그 꽃-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섬-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너에게 묻는다-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꽃자리-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행복-나태주

저녁때/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외로울 때/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시인의 마음은 소박하다.

그가 고등학교 졸업 후 소원 세 가지는 시인이 되는 것과 예쁜 여자에게 장가드는 것, 그리고 공주에 살고 싶은 것이었는데 모두 다 이뤄서 기쁘다고 말한다.

그 중 특히 잘한 것은 시골에 산 것, 초등학교 교사가 된 것, 시를 쓴 것, 자동차 없이 산 것이라고 했다. 남들은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 인생이라고 할지 모르나 시골에 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할 수 있었고, 교사로 정년퇴직하니 꼬박꼬박 매달 연금이 나와서 남들에게 밥을 사줄 수 있는 것, 그리고 '풀꽃' 등 여러 편의 시가 젊은 시절 교과서에 실렸으면 우쭐한 마음에 매우 교만해졌을텐데 나이 70이 다 돼서 뒤늦게 교과서에 실리면서 한달이면 보름 이상 특강을 다니는 유명인이 됐어도 겸손할 수 있게 된 것,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때로는 걸으면서 늘 새로운 자연을 보고 느끼고 살아온 것 역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나태주 시인은 70평생을 살아보니 남을 미워하고 용서를 안하면 자기만 손해임을 깨닫게 된다며 절대로 남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인 '지금 여기',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가지라고 말하는 '어린이', '장미꽃', '어머니'를 예로 든 나 시인은 88세 된 어머니가 고향에 살아계시지만 그의 어린 손자 어진이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를 잃게 되어 지난 어버이날에 손자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며 쓴 시를 소개했다.

'70세인 나의 어머니는 88세, 고향에 계시는데 우리 어진이는 3살, 그의 모친은 이 세상에 없으니 어찌할꼬, 어찌할꼬'

나 시인으로부터 이런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코끝이 찡해졌다.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1위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고 시작되는 '봄날은 간다'라고 한다. 아마 나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가보다.

최근 아내가 보면 절대 안되는 시집을 몰래 냈다는 나 시인의 시집 제목은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라고 했다.

고희에도 소년처럼 천진난만할 수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인은 늘 연분홍빛 꿈을 꾼다. 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이 가을, 마음을 가난하게 비우고 시를 암송하며 정신적 풍요로움을 채우는 명절을 맞으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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