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1500년 전 축조된 공산성이 80㎜ 가량의 가을비에 붕괴됐는지 4대강 공사로 인한 구조 변화 때문인지, 다른 제3의 원인인지는 전면 조사를 거쳐봐야 한다. 지금은 추가 붕괴를 막는 일도 시급하다. 중요한 건 구멍 뚫린 성곽만 메울 게 아니고 정밀 안전진단을 거친 근본 해법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금강을 낀 공산성의 특성상 강 수위 변화에 따른 지반 함몰과 지반 변형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문화재 기초조사에 소홀했다는 지적 또한 마찬가지다. 본질적인 원인 규명에 있어 성급한 단정이나 추론은 금물이다.
장기적으로는 성곽 자체와 부근의 수중 정밀조사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붕괴된 부분, 곳곳이 균열돼 붕괴 조짐이 보이는 공산성을 땜질하듯 다뤄서는 안 된다. 특정 사업과 무관하다는 선긋기를 앞세운다면 좋은 대처법이 아니다. 금강 수위 변화가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공학적 접근까지 이뤄져야 한다.
조사 범위 역시 붕괴되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성벽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공주 곰나루, 부여 구드래나루와 왕흥사지 등 그동안 훼손이 주장된 부분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점검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대강 탓이냐 비 탓이냐는 갑론을박과 별도로 지질학적 요인의 구조 변형은 언제든 일어날 소지가 있다. 공산성이 오랜 세월을 버텨낸 유적지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보수, 사후 관리로 공산성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여기서 더 이상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문화재 관리 능력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주요 평가 대상이다.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든 석축에 빗물이 스며든 정도의 간단한 진단으로 마감할 사안은 아니다. 문화재를 표피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 데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