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홍보팀장 |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맹주였던 노키아 사례다. 노키아는 자사의 심비안(Symbian) 이라는 운영체제를 고집하다가 결국 MS(마이크로 소프트)에 인수되었다. ICT업계서 혁신을 주장해 왔던 기업이 오히려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함에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긴장해야 하는 업종이 추가되고 있다. 바로 일본의 카메라업계다. 니콘, 소니, 캐논, 파나소닉, 올림푸스 등 디지털카메라 제조사들에 대한 나쁜 소식이 더욱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디지털카메라 제조사인 니콘은 2분기 순익이 72%나 급감했고 특히 향후 예측가능한 부문인 초보자용 전자동카메라와 교환렌즈의 예상실적은 이들의 수익이 미래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손목시계업계가 사양산업이 되냐는 것이다. 지난주 IFA에서 삼성이 선뵌 갤럭시 기어가 그 주체다.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스마트워치에 시계 브랜드 '파슬'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파슬사는 이러한 이유를 '스마트워치'라는 제품을 들고 나온 IT기업들의 등장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파슬사의 제품들은 20분기 만에 처음으로 매출정체를 기록하고 있고 막대한 재고가 쌓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최근 이슈에는 '스마트폰 앱'도 한 몫 하고 있다. 기존에 나와 있던 산업이나 제품을 소리 소문 없이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양대 운영체제(OS)인 애플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각각 80만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두고 있다. 많은 기능을 가진 앱들이 스마트폰이라는 스페이스에서 강력하게 시장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 앱 등으로 블랙홀처럼 빨아 들여지고 있는 제품군을 보면 만보기, 내비게이션, 음성녹음기, MP3플레이어, 계산기, PDA, 온도계, 만화(카툰)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3%이다. 인구 8백만명의 UAE를 제외하면 세계 1위다. 지난 2011년 27%에 달하던 것이 불과 2년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벌써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천만대가 넘었다. 이렇듯 점점 진화해 가는 스마트폰 앞에 기존산업이 꼼짝없이 당하는 형국이다. 다음 순번의 희생양은 어떤 산업이 될지도 궁금하다. 구글 글래스, 갤럭시 시리즈, MS의 변수….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ICT앞에 기존의 산업이 과연 무릎을 꿇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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