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진]흔들리는 法

[직선곡선]윤희진·사회부 차장

법(法)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물론, 법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흔들리는 건 법조인이다.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 얘기다. 최근 가장 흔들리는 법조인은 검사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둘러싼 보수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호들갑이다. 청와대야 그렇다 치고, 검찰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할 법무부의 행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워낙 내부적으로 파벌 다툼이 심한데다, '정치 검찰'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다닐 정도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번 사안은 참으로 어이없다. 그나마, 반항도 하고 부끄러워하는 검찰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사법연수원생의 불륜 의혹도 있다. 판사와 검찰, 변호사를 양성하는 법조인 인큐베이터라 할 수 있는 사법연수원도 요즘 시끄럽다. '유부남인 사법연수원생 A씨가 동기 연수생 C씨와 불륜 관계를 맺었고, 이혼을 종용당한 로스쿨 졸업생인 A씨의 아내 B씨가 자살했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C씨는 A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히려 B씨에게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리며 이혼을 종용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자살한 B씨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사법연수원생인 사위가 연수원 동기 여성과 불륜을 벌이다 내 딸을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사법연수원이 조사에 나섰지만 '삼류소설' 같은 이야기로 법의 존엄은 이미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물론, 이 두 가지 사안처럼 법조사(史)에 오점을 남기진 않겠지만, 종종 법에 대한 신뢰를 의심케 하는 법조인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뒤집은 낙태죄에 대한 사실상의 무죄 판결, 하루만에 8명을 법정구속시켜 무리한 판결 논란을 일으킨 판사, 시비를 따지기보다 합의와 타협만 강조하는 '조정전문' 판사 등도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를 바탕으로 열심히 추가 조사를 벌인 대전 검찰은 '제대로 된' 죄인을 만들었지만, 피해자가 하루아침에 진술을 바꾸면서 결과적으로는 죄 없는 사람을 잡아 가둔 꼴이 됐다. 대신 진술을 바꾼 피해자에게 무고죄를 물어야 하지만, 결국 허물을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라 대충 넘어가기도 한다.

수임경쟁에 내몰린 일부 변호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변호사와 사무장이 의기투합해 안 되는 사건도 일단 수임하고 보자는 식의 무모한 행태 때문에 대전법원 앞 거리에서는 철석같이 변호사를 믿은 이들의 원통함이 들린다. 배달사고(?) 전문 사무장들이 판치고 해고되기 일쑤지만, 어느샌가 옆 변호사 사무실에서 다시 사무장 자리를 꿰차는 게 현실이다. 결국, 법의 존엄은 추락하고 법조인에 대한 불신은 깊어진다. 이게 법조인이 법의 존엄을 수호해야 하는 이유다.

윤희진·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