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는 여야 모두 당초 원칙대로 세종시에 두 기관이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타 지역의 눈치를 보는 중앙 정치권의 갈지자 행보에 지역민들 사이에서 반발과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이 문제가 지역갈등으로 비화되고 여야 정쟁대상으로 전락할 우려도 커지고 있어, 지역 정치권이 서로를 탓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지난 13일 해수부 부산 입지를 주장하는 브리핑을 발표했다. 배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때 해수부 부산 유치 발언을 인용, “대통령이 부산시민에게 약속한 공약이 뒤집히고, 정부와 여당은 엇박자를 내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은 해수부 이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혀라”고 강조한 뒤 “새누리당 의원들도 해수부 부산 유치를 비롯한 각종 지역 공약이 성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촉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충청권 4개 시도당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미래부와 해수부 등 정부부처가 당연히 세종시로 와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우회적으로 배 대변인을 질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날 미래부·해수부 세종시 이전과 입장 번복에 대한 충청권 시도당 공동 명의의 논평까지 냈다”고 강조한 뒤 “당 대변인의 발언에 민주당이 세종시 이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12일 안전행정부와의 당정협의를 통해 두 기관의 정부 세종청사 이전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몇 시간 지난지 않아 당정협의를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야당과 지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대전시당 등은 “미래부와 해수부의 세종시 입주를 적극 환영한다”며 “세종시 입주 당위성이 분명한 만큼, 당정협의 결정이 존중돼 조속히 추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연히 두 기관은 세종시 이전으로 와야 한다. 두 기관 입주는 세종시 정상 건설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타 지역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반발기류를 놓고 볼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따라 세종시민과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중앙 정치권의 부정적 기류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해수부 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신설 부처인 해수부와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에 합의했다”며 “새수부를 세종시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려면 행정도시특별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며, 개정 추진은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유한식 시장과 세종시 신설 부처 입지 추진위원회 등은 지난 12일 오후 세종시청 앞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결정은 세종시의 조기 정착을 바라는 충청인의 간절한 염원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는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성장할 수 있게 연내에 제반 행정절차를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명확히 지킬 것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세종청사 이전을 확실시하면서 과천시 등에 약속한 예산 지원 등을 지켜, 지역 갈등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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