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2009년 5월까지 육군 원사로 전역한 박모(58)씨는 1976년 7월 육군에 입대해 같은 해 12월 하사(1차 임용)로, 이듬해 5월 단기복무하사로 임용됐고, 1978년 12월 중사로 진급했다. 1981년 11월 장기복무하사(2차 임용)로 임용된 후 2000년 원사로 진급해 2009년 5월까지 약 33년간 육군에서 복무했으며 정년(2010년 12월31일)을 앞두고 명예전역을 신청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육군은 국방부 검찰단에 박씨의 범죄경력조회 결과, 박씨가 하사관 임용 전인 1975년 11월에 폭력죄로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징역 단기 1년, 장기 1년 6월 선고받고 항소해 1976년 11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육군은 구(舊) 군인사법상, 결격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중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로 보고 '임관 및 장기복무 임명 무효명령 발령'을 지시했다. 다시 말해, 1976년 12월 18일 하사 임관 자체를 무효로 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육군은 박씨의 군인 신분 기간은 무효이며, 정년전역과 퇴역 대상자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씨 측은 달랐다. 우선, '임용에 결격사유가 있어도 임용됐던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의 복무기간은 그 효력을 잃지 아니한다'는 군인사법 특별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결격사유라고 복무기간을 무효로 했을 때 일반 병사로 재입대해야 하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어 집행유예 기간으로 결격사유라고 주장하는 1차 임용과 달리 2차 임용은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친 후 임용된 것으로 군인 신분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용결격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월남전 파병으로 부사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묵인해놓고 이제 와서 임관무효명령을 하는 건 신의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박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박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전역 대상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가 정년전역 및 퇴역 대상자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1차 임용과 2차 임용 논란에 대해, '장기복무하사는 단기하사들이 지원한 하사들을 대상으로 별도로 시행하는 전형에 합격해야 하는 등 별도의 선발 자격과 기준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2차 임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2차 임용 당시는 2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됐기 때문에 결격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2차 임용부터 군인신분을 취득했다 할 것이고, 그때부터 임관무효명령을 받은 2009년 7월까지 27년 8개월간 근무했다”며 “장기복무하사관이자, 정년(원사로서 55세)에 도달한 전역 및 퇴역 대상자”라고 밝혔다.
박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지영준 변호사는 “최초의 법원판결이다. 27년 8개월에다, 군인사법 특별규정에 따라 1차 임용부터 2차 임용까지 4년, 2009년 임관무효처분으로 정년(2010년 12월31일)까지 복무하지 못한 기간 2년을 포함하면 현역 정년 35년을 모두 인정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