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식 중도일보 객원기자 |
음력 8월15일인 '추석(秋夕)'의 사전적 의미는 한가위로 중추절, 가배, 가위 등으로 불려왔다.
고대사회의 풍농제에서 기원됐으며 지금의 추수감사절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한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님께 지극정성으로 차례를 지내고 일 년 농사를 잘 짓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볼 때 고향인 부여군 임천면 점리에서 추석명절이 다가오면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기 위해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이 충분했다.
넉넉하지 못했던 살림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이 노심초사(心焦思)하시며 정성껏 차례 음식 준비하시는 그 모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특히 추석당일 음력 8월 15일 이른 새벽이면 먼동이 트기 전 어머님께서는 옷에 찬이슬을 맞아야 다림질이 잘 된다며 사랑하는 어린자식들을 위해 내리사랑으로 밤새도록 손수지어 만들곤 하셨다.
아들은 저고리와 바지, 딸은 저고리와 치마를 긴 새끼줄에 널다보면 7남매 중 아들 하나에 딸이 여섯 명으로 딸이 유독 많다보니 딸들 옷이 앞마당 마당 끝 까지 길게 걸려있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옷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옷은 단연 색동저고리와 곱디고운 치마였다. 누구나 한번쯤 입어보고 싶었던 추억의 대표적 상징물인 색동저고리는 지금도 잊을 수 없으니 이것은 나만의 향수병인가? 이제 다시는 못 볼 어머님의 애틋한 자식사랑에 대한 연민일지도 모른다.
추석은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전해 올 만큼 풍요의 상징으로 민족의 최대명절임은 분명하다.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를 지나서 지금은 지식정보사회로, 때로는 황금만능사회로 변질됐으나 흙을 지키는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 존재하는 한 중추절 한가위 추석은 미풍양속으로 꽃필 것이다.
더구나 아련한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덧없이 내려놓을 수 없는 필자로서 다가오는 추석 명절마다 고마움의 사모곡을 목놓아 불러야 할 처지이기에 옷깃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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