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하지만, 이 같은 외형은 의료와 관광업계 자체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기관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한 성과라는 점에 있어서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부처 간 협력강화를 통한 관련 법률과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의료산업의 글로벌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목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여 지역 병원들에게 공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관 주도형 사업 추진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관련 산업계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당연히 의료산업의 글로벌화는 의료와 관광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가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요구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대한 경제적 분석과 평가결과를 볼 때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여 견인해나갈 수 있을 만큼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련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서 전국 16개 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 3년 동안의 외국인 환자 유치 효율성 분석결과를 보면, 제주도만이 일관되게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2011년 이후에야 비로소 대형병원과 검진센터 등을 찾는 외국인 환자 수의 증가에 힘입어 투자 대비 성과에서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제주도의 성과 달성은 의료보다는 주로 관광 사업에 의한 결과이다. 서울에는 최근 건강검진, 피부 및 성형미용을 목적으로 외국인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은 거꾸로는 의료기술의 발달이나 국부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중증질환자의 방문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4개 자치단체들은 아예 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유지되고 있는 외국인환자 유치의 효율성조차도 정부의 지원과 자치단체장들의 정치력에 의한 것으로 산업계의 역량이 거의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에 대한 지난 3년 동안의 분석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부산이나 인천과 같은 대규모 국제도시마저도 의료산업 글로벌화의 효율성이 각각 30%, 50% 정도로 낮게 조사되고 있다. 이렇게 낮은 수치마저도 의료나 관광업계의 자체 생산력이나 비즈니스 역량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주로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에 의한 것이다.
한국의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은 정부, 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의 지원이 없을 경우 사업 자체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의료산업의 글로벌화가 제 궤도를 찾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분발이 요구된다. 하지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고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2285개의 의료기관들 중 약 58% 정도는 지난해에 단 한명의 외국인 환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능통한 전문가도 없어 일종의 브로커인 유치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잦다. 의료계가 전문가적 권위만 내세우기보다는 해외 진출에서 성공하고 있는 강소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구조와 역량을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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