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센 웃음(Duchenne Smile) : 즐겁고 환한 표정으로 웃는 진짜 웃음.
팬암 웃음에 가까운 웃음은 청주국제공항에라도 가서 '대한항공 웃음', '아시아나 웃음', '이스타 웃음'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눈모양이 반달형인 진정한 뒤센 웃음도 요즘 위협받고 있다. 팬암 웃음을 감추려고 눈 미소를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이 생겼다. 식별법도 더 세분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신종 직업 웃음치료사, 웃음전도사들은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고 가르친다. 안면 있는 어느 한의사는 “얼굴이 웃으면 오장육부도 웃는다”고 말했다. 웃음의 효과, 효능, 효험 분석도 나왔다. 15초의 박장대소는 100m달리기, 큰 웃음 한 번은 윗몸 일으키기 25회 운동량…. 이쯤 되면 웃음 다이어트가 안 나오면 이상하다. 억지로 꾸며 웃어도 90% 웃음 효과라고도 주장한다.
좋은 말이고,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웃음에는 양면성이 있다. 웃음으로 허위를 씻는다. 웃음 자체가 허위일 수도 있다. 최일선 판매원의 공감 없는 미소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정서적 노동이다. 스마일 리더나 미소왕 선발은 감정 생산에 경쟁 원리를 도입한 일종의 웃음확장대회다. 기쁨이 소거된 웃음은 무대에 오른 배우가 펼치는 감정 연기와 다를 바 없다. 사회학자 알리 호흐실드가 '감정노동'이라 부른 연유다.
웃고, 웃고, 웃다가 병들기도 한다. 덜 웃고 더 웃는 표정을 만들려고 입꼬리 올리기 수술을 한다. 모 백화점 직원의 자살로 감정노동자 법적 보호가 도마 위에 올라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이 법을 매만지는 국회의원도 감정노동자다. 지역구 관리하고 추석민심 캔답시고 얼굴도장 찍는 일은 제한적으로 감정노동 성격이 있다.
집단적인 감정에 충실하다가 개인의 감정 상태가 삐끗하면 탈이 난다. 감정 교란은 가면우울증을 부른다. 웃음꽃이 인생을 꽃피운다는 명언은 정서 창조와 처리에 종사하는 노동의 영역에서는 잠시 헛소리가 된다. 표면행동에 그친 웃음이 90% 효과가 있다면 거짓말이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브렌 스캇 교수를 그래서 지지한다.
스캇의 연구처럼 불쾌한 생각, 부정적인 생각은 누르면 커진다. 웃음도 그렇다. 자신에게 활력소지만 남에게는 스트레스인 웃음도 있다. 짓궂게 키득거리는 까투리웃음, 간사한 간살웃음, 마음 없는 겉웃음, 인간성을 가장해 지어낸 헛웃음과 꾸며낸 선웃음, 비난조 코웃음, 어이없는 쓴웃음, 썩은 미소 '썩소', 그악스럽고 날선 웃음은 불편하다. 속 깊은 내면행동에서 우러난 웃음이 가족 화목은 물론 조직 생산성에 이롭다.
어느 때보다 명절 연휴는 남성 편의의 대한민국 관습헌법으로 하루 남성 8번, 여성 62번 웃는다는 평균치가 역전되는 기간이다. 웃음에 만고불변의 당위가 있어도 마음의 농도에 맞춰야지, 가짜 웃음 짜느라 너무 수고하진 말자. 의무적인, 가식이 깃든 팬암 스마일(팬암 웃음)은 저리 치워두자. 조금 화사한 긍정 에너지를 담은 뒤센 스마일(뒤센 웃음)이 번지는 추석이라면 좋겠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