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새누리당 시도당은 “이전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환영의 입장을 피력해 거센 비난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역정가에서는 이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핫 이슈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유정복 안행부장관과 당정협의 후 브리핑을 통해 “당정이 미래부와 해수부를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하는 문제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미래부와 해수부는 새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정부조직 이전의 업무영역을 고려하면 세종시로 가는 게 원칙”이라며 “여러 의견이 있기 때문에 공청회를 거친후 올해 안에는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세종시 이전을 기정사실화 했다.
문제는 새누리당 정책위가 2시간여 후 당정협의 브리핑을 번복하고 나서면서 발생했다. 당 정책위는 “미래부와 해수부의 세종시 이전은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면서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에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이 같은 당내 혼선은 내년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수부의 경우 부산지역이 부산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해 오던 터라 부산지역 정치권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의 경우 지난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5%에 가까운 득표를 하는 등 예전처럼 새누리당 텃밭으로 안심하기는 힘든 지역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더구나 부산 출신인 안철수 신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 새누리당으로서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갈지자 행보에 대해 충청권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만 중요하고 충청권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냐는 것이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공주)은 “특별법에 의해 6개 부처를 제외한 모든 부처는 세종시에 입지해야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법적권리인데 준다고 했다가 빼앗아가는 것은 전형적인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박 의원은 “당내 의견은 새누리당이 세종시 정상화 추진에 대해 의지가 있는지,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이날 대변인 성명서를 통해 “새누리당은 정부부처 이전이 장난이냐”면서 “정부는 미래부·해수부와 관련기관 세종시 이전 조속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시당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정부부처 이전 문제에 대해 얼마나 중심을 잡지 못하기에 이처럼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라며 “미래부와 해수부는 행복도시특별법의 법적 근거로 보나 업무 효율성으로 보나 세종시로 오는 것이 당연하고 또 이미 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시당은 특히 “부처 이전 문제는 여야 합의는 물론 당초 행복도시 입법 당시 확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논란을 벌일 성질의 것도 아니다”면서 “새누리당은 부처 이전 문제에 대해 조변석개하는 모습으로 국가 중요 정책에 일관성이 없음을 스스로 자인했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다소 시각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충청권 4개 시·도당은 이날 공동 논평을 통해 “최종 확정되기까지 공청회를 비롯한 여러 행정적인 절차를 남겨놓고는 있으나, 세종시 입주 당위성이 분명한 만큼, 이번 당정협의 결정이 존중되어 조속히 추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미래부·해수부의 세종시 입주를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타지역의 입장을 고려해 일시 번복된 면이 있지만, 결국에는 당초의 이전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유한식 세종시장은 “당정간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 만큼, 후속조치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부처를 나눠먹기하는 건 타당성이 없다. 당초 관련 법에 확정된 대로 연말까지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유환준 세종시의회 의장은 “지역이기주의적 관점으로, 지역세를 바탕으로 타당성없는 이전은 안된다. 업무효율성과 당위성상 세종시로 오는게 당연한 일”이라며 “결국은 세종시에 올 수밖에 없다. 충청인들과 이를 지키기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가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책결정이나 입장표명은 오히려 표에 독이 될 수 있다”면서 “부처 이전 문제가 이상한 쪽으로 흐를 경우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서울=김재수·세종=이희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