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기 전 대전시 교육위원 |
어째서일까? 비리에 연루된 교육감들 역시 교육감이 되기 전에는 모두가 교육현장에서 존경받은 교원들이었다. 그들의 비리 대부분은 선거 자금 조달이나 당선 후 논공행상(論功行賞)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다. 이는 교육감 선거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예로 교육감의 법정 선거비용은 서울·경기가 40억 원 안팎, 인구가 적은 충남 같은 곳도 15억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는 정당 추천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선거비용을 고스란히 후보 개인이 조달해야 한다.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국고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현행 선거제도로는 교육감에 당선되면 선거 때 쓴 비용을 갚거나 다음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돈 없는 후보도 출마할 수 있게 하는 선거공영제를 비롯해 시·도지사와의 공동 등록제, 그리고 선거인단을 통해 뽑는 제한적 직선제 방식 등이 거론 되고 있다. 현재의 돈쓰는 선거를 미디어 선거, TV토론 확대 등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통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 러닝메이트 제도와 공동등록제가 논의 되고 있다. 먼저 러닝메이트제는 시·도지사와 함께 입후보하는 방식으로 선거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협력관계의 구축이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에 심각한 훼손의 문제가 나타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비해 공동등록제는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선거운동을 공동으로 하는 방식으로 같은 번호를 부여 받는다는 뜻이다. 이 방식은 교육감과 시·도지사의 협력관계의 용이함과 기호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한적 직선제는 말 그대로 교육과 관련된 학부모, 교직원 등으로 제한하여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의 직선제의 장점과 간선제의 장점을 보완하여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살리자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는 선거제도의 구조적인 측면에 치중하다보니 중요한 내용을 간과하고 있다. 교육행정을 총괄할 교육감 후보 자격이다. 개정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교육감 후보 자격에 제한이 없다. 즉 누구나 교육경력이나 교육행정경력 없이도 입후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전문성을 도외시한 정치권의 음모다. 이에 대한 개정 없이 교육은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중립성, 자주성, 전문성 실현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의 형상이다. 제도가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사람이 잘못되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최선은 다해야 한다. 어느 길을 찾든 교육감 선거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교육감들이 검은돈에 손을 내밀다가 쇠고랑을 차는 비리 사건은 계속 터질 것이다.
이제 교육감 선거가 10여 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물리적으로 선거법 개정이 불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정치권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한 나라의 교육은 그 나라의 명운과 직결된다. 정쟁만 일삼지 말고 교육의 백년지계를 바로 세우는 일에 촌각을 다투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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