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옥 천안신부초 교사 |
여름방학이 끝나고 만난 아이들의 피부는 까맣게 그을려 있고 앞니가 빠진 채 웃는 모습은 마냥 귀엽고 천진난만하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키가 훌쩍 자라 있고 생각주머니도 큼지막하게 부풀어 있다. 학급에서 동시 외우기와 시(詩) 쓰기를 하는데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하얀 종이 위에서 톡톡 터지는 언어들이 영롱하다. 짧지만,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낸 학생 시 한편을 펼쳐본다.
은행잎은 부채//단풍잎은 오리발//시원하게 해주는 은행잎//귀엽게 걸어다니는 단풍잎(은행잎 단풍잎)
입학식 때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아 눈이 반짝반짝 빛났고 잠시 집중하는 것도 힘들어 하던 ○○,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할머니 댁에서 자란 아이는 쉽게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끊임없이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의 어머니와 몇 번의 상담을 하면서 아이를 위해 학교와 집에서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먼저 차분하게 의자에 앉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학습 태도가 좋아졌다. 조금씩 좋아질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떠듬떠듬 글을 읽던 아이가 지금은 동시를 외워 큰소리로 발표할 줄 안다. 자신이 쓴 글을 말할 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불만이 가득 섞인 말투가 부드럽게 순화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장난도 하고 복도에서 뛰기도 하지만 귀여운 일탈로 생각하기로 했다. 관심과 사랑은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 같다.
운동장에서 개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앉아서 지켜보는 아이. 개미가 다치지 않도록 길 안내를 해주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작은 생명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새로운 만남을 글로 나타낼 줄 아는 아이는 진정한 꼬마 시인이다.
개미는 일꾼 같아//볼록 들어간 허리//아무것도 먹지 않고//부지런히 일하는 개미야!//밥 먹고 일하렴(개미)
요즘 아이들은 할 일이 많고 바쁘다. 학교 공부가 끝나도 들러야 할 곳이 많다. 어떤 아이는 어깨에 멘 가방이 축 늘어져 몸이 뒤로 넘어갈 것 같다. 주변 여건은 빠르게 변하지만 아이들의 심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티 없이 맑고 곱다. 조그마한 일에도 함박웃음을 와르르 쏟아내고 꼼지락거리면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바람이 있다. 하나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교류하며 소중한 추억을 많이 쌓는 것이다. 이름 모를 들꽃에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찾는 따뜻한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쓰는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을 가꾸기 위하여 많이 읽고 써 보는 것이다.
가만히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본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마음이 어두워질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생기를 찾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배운 것도 많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들어가 보냈던 시간은 내 인생에서 소중한 자리로 남아 있으리라.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이들아, 사랑한다! 지금 그대로의 마음을 갖고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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