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며 사회복지사 꿈 키워요”

“한국어 배우며 사회복지사 꿈 키워요”

내년엔 대입 검정고시도 준비… 봉사하며 자랑스런 엄마 되고싶어 ●베트남 출신 진민선씨 인터뷰

  • 승인 2013-09-08 19:38
  • 신문게재 2013-09-11 12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많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으며 내일의 꿈을 키우고 있다. 최근 고입과정 검정고시에 합격한 진민선(26·사진)씨도 대학진학을 통해 사회복지사의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진 씨는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에 입국한지 6년째, 직업은 주부다. 홍성에서 시부모를 모시며 농사짓는 남편, 아들,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베트남 이름은 딘티디에우히엔으로 2년 전 국적취득을 하면서 진민선으로 개명했다. 열정적인 모습이 별 같이 빛나는 진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많이 바쁘시죠?

▲네,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공부를 더 해야 하고요, 일단 올해 말에 토픽 한국어 능력 시험, 내년에 하반기에는 대입 검정고시를 응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만 허락해 준다면 다른 실용적인 자격증도 따고 싶네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컴퓨터라든가 한자 영어를 배우고싶어요.

-본인의 목표를 위해서 다른 길로 가지 않고 공부를 하겠다는, 그 마음이 대단해보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공부를 택했다고요?

▲지인들이 저에게 일 할 기회를 여러번 주셨는데 그 기회들을 놓치는게 쉽지 않았어요. 저도 돈 벌고 싶죠. 하지만 저한테 지금은 배워야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시어머니께서 연세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농사 일에 항상 바쁘세요. 시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저도 시어머니가 계실 때 시어머니에게 살림을 잘 배우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아내와 엄마 역할에 더 충실하고 싶었거든요. 준비 단계가 끝났을 때 돈을 벌어도 늦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오신지 몇 년 되셨어요? 한국 생활이 어떻세요?

▲저는 한국에 온지 6년이 되었습니다. 저희 집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바빠요. 새벽에 일어나 일 하고 점심 때는 뜨거운 해빛을 피하기 위해 잠깐 휴식을 취하고 저녁 8시에 일을 마칩니다. 바쁘긴 하지만 수업이 있는 날에는 꼭 챙깁니다, 신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바쁨을 즐기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떤 꿈을 갖고 왔나요?

▲결혼하기 전에 저의 꿈이 선생님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그냥 그저 나만의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우리 집에서 도망쳐 나오고 싶어서 국제결혼을 택했고 그래서 우리 신랑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보니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우물 안 개구리더라고요. 그래서 공부해야 하겠다고 맘먹었죠. 그 꿈을 이루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땅에서 잘 적응 될 때 가장 도움을 줬던 사람이 누구였나요?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시댁식구들이죠. 무뚝뚝하지만 늘 묵묵히 제 곁에서 지켜주고 늘 제 편 들어준 신랑,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어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고 시어머니,시누이들과는 애초에 고부갈등 같은 것이 왜 없겠어요? 그러나 그 시기만 지나면 이해해주고 정도 들고 가족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이 삶이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수 있는 것,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운전해서 아이들 데리러 가는 것, 한국 부모처럼 당당하게 아이들과 운동회에 참여하는 것, 이런 일들은 아주 사소한 일들이지만 2~3년 전만 해도 저한테는 불가능하다 생각됐던 것들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나요?

▲저도 친구들만큼만 배웠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고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수업만 들었던것 같아요. 선생님들의 관심과 격려 덕분에 저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고, 사회봉사를 하면서 자랑스러운 아내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현재 사회복지사가 될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먼 곳에서 한국 땅을 향해 오는, 같은 이주여성 후배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한 마디 해주세요.

▲사람이 꿈이 있어야 어떤 어려움 속에도 살아남을 수 있고 자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후배들이 꿈을 잃지 않고 도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자기에게 무엇을 필요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는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찾아서 즐거운 삶을 살기를 바래요.

더기 다문화 명예기자(몽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