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관정협의체 결성 과정에서부터 정당 간 다소의 샅바싸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협의체가 과연 얼마나 오래 존속할지 회의론과 무용론이 일었던 배경이다. 우려 속에서도 협의체가 탄생한 것은 세종시 원안 사수 등 지역 현안에 공동 대응하면서 쌓인 신뢰의 토대가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지역민들도 믿고 기대했다.
그 같은 공조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수정안 문제로 흠집만 남기고 유야무야 무너진다면 충청권 발전에 극히 부정적인 일이다. 그동안의 불신을 생각하면 무늬만 공조요, 회의(會議)를 위한 회의라는 시각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회의 주체 전원이 일단 같은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만도 진일보한 국면이 될 것으로 봤다. 이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현재 상황은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고 어느 쪽 잘못이 큰지 시비곡직을 가릴 계제가 아닌 듯하다. 만약 협의체가 해체되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시점에 지역민의 박수를 받으며 발전적으로 해체되길 바랐다. 골만 깊게 파놓은 채 끝내면 앞으로 다른 현안에 공조하기도 서먹해질 것이다. 결국 충청권 모두에 손해다.
물론 각 지역 이해관계를 완전히 초월할 수 없고 정당이 엄존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소지는 늘 안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파행은 다양한 지역 현안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를 못 살린 때문이다. 끝까지 걸림돌이 된다면 과학벨트 문제를 한시적으로 접어두는 전략적 출구도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충청권 현안이 쌓인 데다 예산 국회를 앞두고 있어 안타깝다.
의미와 성과에만 연연하지 않는다면 지금 놓은 손을 잡을 수 있다. 실무회의가 의사결정권이 없다고 발 빼는 것 역시 사태 해결에 도움 안 된다. 이견을 조율하는 것은 공조 정신의 기본이며 만남 자체가 '성과'다. 실무회의 재개는 공조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실익은 나중에 따지고 우선 서로 만나 마지막 불씨를 살리길 촉구한다. 이대로 관정협의체를 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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