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색없이 유흥업소만 밀집된 둔산타임로의 거리. 술취한 길거리를 포토샵 레이디얼 필터 효과로 연출했다. 사진=손인중 기자 |
대전을 대표하는 거리인 '둔산타임로'가 특색 없는 유흥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상권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업종은 단순화 됐고, 매일 밤 각종 사건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색 없이 유흥문화만 남은 둔산타임로가 다시 대전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불법 전단지, 불법주차가 판치는 거리=과거 둔산타임로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면서 대전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발전했다.
3년 전만 해도 거리는 깨끗한 편이었고 와인레스토랑 등 고급음식점과 개성 있는 가게는 입소문이 나면서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았다.
하지만 상권을 이용하는 평균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둔산타임로가 변하기 시작했다.
20대를 타깃으로 하지 않은 업종은 살아남을 수 없었고 이들이 떠난 자리를 대부분 유흥업소가 차지하면서 '둔산타임로'는 젊은이들의 유흥문화만 남게 됐다.
유흥업소만 늘어나다 보니 업소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고, 거리는 가게를 홍보하는 전단지와 입간판으로 가득 채워졌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A씨는 “불법전단지, 불법주차, 불법입간판으로 거리가 더러워지고 있는데도 관계 당국에선 관심을 갖고 단속을 하기는커녕 무관심하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도 바뀌는게 없어 지금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부킹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부킹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소가 급증했고 일반 술집에서도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자연스럽게 합석하는 분위기였다.
음악과 춤을 즐기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감성주점과 클럽형 호프는 어느새 이성을 만나기 위한 장소로 변질돼 있었다.
둔산지구대 김봉철 경사는 “술자리에서 부킹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다 보니 부킹으로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많이 늘었다”며 “한 순간 범죄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근 모텔 사장은 “부킹과 클럽문화가 유행하면서 매출이 약 20% 정도 상승했다”며 “실제 연인일 수도 있고 부킹으로 만난 사이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둔산타임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전에서 가장 활발한 상권이었지만 오후에는 병원이나 옷가게 등을 찾는 사람들만 눈에 띄었을 뿐 거리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대학생 남모(24·여)씨는 “거리공연이나 전시회, 소극장 등 오후에도 거리를 찾을만한 문화나 시설이 없는 것이 아쉽다”며 “청소년들도 많이 이용하는 상권인 만큼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권활성화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추진사업' 난항=대전시는 '둔산타임로' 둔지미길 일원에 유니버설디자인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차량과 사람이 뒤섞여 혼잡한 도로에 차도와 인도를 구분함으로써 안전하고 누구나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고 상권활성화를 위해 공연이 가능한 야외무대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도로 양쪽으로 인도를 만들고 안전펜스를 설치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이를 설치하면 상가 활성화에 불리하다는 민원에 안전펜스 대신 보행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보행등 마저도 불편하다고 민원을 제기, 결국 인도를 설치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도로만 포장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대전시 관계자는 “야외무대를 설치하는 것도 주민들간 상반된 의견이 있어 설치를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민원도 많아 상당부분 계획이 변경됐거나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색 없는 '둔산타임로' 해결책 없나?=1990~2000년대 초반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개성 있는 소규모 의류점을 중심으로 압구정만의 패션문화와 특색을 갖추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형 브랜드 점포들이 압구정으로 몰리면서 압구정만의 특색을 잃었고 급기야 신사동 가로수길에 밀리고 말았다.
둔산타임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백화점과 접근성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올리는 것에만 급급해 변화하지 않고 특색 없이 이대로 간다면 은행동 상권이 둔산동에 밀려 쇠퇴한 것처럼 앞으로 도안신도시 2단계, 3단계가 진행되면서 발전하게 될 목원대 주변 상권에 밀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업소의 사장은 “지저분한 곳에는 고급문화가 절대 안 들어온다. 거리만 깨끗하게 변해도 자연적으로 특색이 생길 것”이라며 “상인들도 서로 이해관계만 따지지 말고 상권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밭대 유병로(건설환경조형대학 학장) 교수는 “둔산타임로만의 특색을 갖추고 쉼터와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상권,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시 상권이 커지면 대전 상권 전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며 “어디에 가면 뭐가 있더라 하는 식의 이미지화된 상권과 서울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권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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