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 변호사 |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상의 특별배임죄관련 개정안은 대기업의 경영판단에 제동을 거는 현행 법체제와 규제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현행 상법상 배임죄는 대기업의 경우에 계열사 지원 시 빈번히 발생하는 모기업 손실과 계열사 도산에 대해 쉽게 배임죄로 간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배임죄 판결에서도 볼 수 있다. 그룹의 총수가 계열회사 중 어느 한 회사(A)의 자금으로 다른 계열회사(B)에 대출을 하거나 보증을 하는 경우 배임죄에 걸릴 가능성은 매우 높게 되어 버린다. 대기업 총수로서는 그룹 전체의 명운이 걸린 상황으로서 모든 계열회사가 균형성장을 하도록 그룹을 지휘하는 입장이다. 모기업이 계열사를 지원하게 되면 B회사의 도산여부를 떠나서 A회사의 주주들과 관련자들은 그룹총수를 배임죄로 공격하게 된다. 이러한 법체계에 있어 대기업의 경영자들은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득한 바가 없어도 실질적 손해의 위험발생만으로 배임죄가 성립한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주는 기업에 손해를 입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체기업집단에 이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계열사가 부도로 인하여 도산하는 것보다 긴급한 자금지원이나 대출보증으로 회생하는 것이 모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 절차적으로나 내용면에서 하자가 없었다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임무에 위배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판례를 검토해 보면 법원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은 면이 있다. 배임죄의 구성요건 중 '임무에 위배하여'라고 하는 극히 추상적인 영역이 있다 보니 재판부의 해석기준에 따라서 어떤 사건은 항소심에서는 무죄 대법원에서는 유죄였다. 무죄율이 일반 형사범죄의 5배에 이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의 배임죄에서는 11배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로 인해 해당 범죄가 처벌될 지 알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 결과는 판사의 개인적 성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로서는 법의 예측가능성을 믿기 어려워 투자나 기업운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같이 배임죄의 경우 높은 무죄율과 각 심급마다 결론이 달라지는 판단에 대하여 어느 정도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도입되어야 하겠다.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러한 경우 회사 내 규칙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경영상 판단을 한 경우에는 배임죄에서 면하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주 회사법은 경영판단을 성문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법원에서는 원고가 이사의 의사결정 과정상 '중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판단의 법칙에 의해 면책된다.
이에 대해서는 당일에 반대의견도 제기되었다. 이에 의하면 '경영판단의 원칙'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식 기업환경에 적용되는 원칙임에도, 우리나라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며, 대주주에 이한 소유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어 경영권의 남용 가능성이 크고 소수주주의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반대의견도 과거의 한국적 상황이라면 일견 동의할 수 있는 것이나, 현재 발전된 회사법 체계에서 여전히 한국적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세계화된 한국의 경제모습이 어울리지 못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기업투명성 확보수준에 걸맞게 기업운영에 있어 모험적이거나 적극적인 투자로 인하여 발생되는 결과를 형사법적으로 처단한다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이명수 의원이 제기한 '경영판단 원칙'이 입법화되어 점차 침체되고 있는 대기업의 투자의지가 활성화되고, 경영자가 마음 놓고 미래의 계획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활성화만이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통하여 국민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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