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정부 출범과 함께 그 실체의 모호함으로 논란은 많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표한 '창조경제'는 국민 행복기술을 모든 산업에 적용하여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며, 창조정부와 함께 창업국가 코리아 건설하고, 마지막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하는 것이었다.
1997년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가 창조적인 영국(Creative Britain)의 슬로건을 내세웠을 때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영국의 경영 전략가 존 호킨스(John A. Howkins)는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창조적인 인물들을 열거하고 우리 환경에서 왜 이런 인물들이 나올 수 없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다.
첫째,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를 생각할 수 있다. 다나카 고이치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노벨상을 수상했다. 다나카 고이치는 우리로 치면 지방대학인 도호쿠(東北)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는 대학에서 1년을 유급했을 정도로 흔히 생각하는 수재는 아니었다. 도호쿠 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다나카는 우리나라의 많은 과학자들과 달리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취직을 선택했고 과학기기를 제작하는 시마즈(島津) 제작소에 입사, 계속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계속했다. 많은 과학계의 위대한 발견과 비슷하게 그도 실수를 통해 고분자 단백질의 종류와 양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로버트 코터(Robert J. Cotter) 교수가 아니었으면 그의 연구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시마즈 제작소는 그의 발견의 제품화를 시도했으나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우리의 기초과학 연구 환경이다. 하나의 과제를 상업화 조건 없이 장기간 연구할 수 있는 환경, 학사학위만 가진 지방대학 출신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제도, 실패를 용납하는 관리체계가 조성되어 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
둘째, 벤처 창업에 있어서는 미국의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생각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 북 CEO이고 84년생인 마크 주커버그의 재산이 38억 달러로 전 세계 4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전 세대 벤처 영웅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달리 페이스 북은 특수한 기술 개발 보다는 모바일 기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유행을 앞서 갔다는 측면이 크다. 마크 주커버그의 경우를 볼 때, 우리의 창업투자 지원체계와 육성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 소위 '삼성 동물원', 'LG동물원'의 비유와 같은 대기업이 독식하는 산업 생태계가 여전히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우리 교육체계에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 같은 융합형 인재가 배출될 수 없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는 과학기술, 문화, 경제적 창조성을 한 몸에 겸비한 사람이었다. 그의 롤 모델을 통해 과학-문화 융합형 인재 육성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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