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맡긴 위탁업체의 범행인데다 근로자가 훈련과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정상훈련을 통해 받은 지원금까지 모두 뱉어내게 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을까.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을 위해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지원한다.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해 일정 수준의 점수를 받으면 수료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소송에서 패한 주식회사 유성관광개발과 영타운에프에스, 태광실업, 태화정공, 사회복지법인 한마음과 계룡버스, 금남고속, 금남교통운수, 금성교통, 대전버스, 대전교통, 동건운수, 협진운수, 충진교통, 한일버스 등 15곳이 참여해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모두 직업능력훈련과정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모 컨설팅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었다. 컨설팅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훈련교재를 배송해 자율학습을 하도록 하고 월 1회 인터넷 평가를 통해 성적이 60점 이상이어야 수료할 수 있는 '우편원격훈련'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다가 문제가 터졌다.
대전경찰청이 컨설팅 회사 직원들이 기업들의 사업장에 찾아가 훈련생을 가장해 인터넷 평가를 보고 훈련과정을 수료한 것처럼 거짓으로 대전노동고용청 등에 보고하고 훈련비를 받은 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곧바로, 대전고용노동청 등은 부정수급액 반환과 추가 징수처분, 지원융자 제한 처분을 내렸고 기업들은 거부하며 소송을 낸 것이다. 기업들은 법무법인 내일과 새날로, 세계로 등 굵직한 변호인단을 내세워 맞섰다.
변호인단 주장의 핵심은 사업주는 범행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우선, 사업주는 컨설팅 회사가 부정한 방법을 썼는지 인지하지 못했고 이에 가담하거나 공모하지도 않았으며, 다만 컨설팅 회사가 준 자료를 근거로 훈련비용을 신청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동청 처분의 상대방은 컨설팅 회사 또는 지원받은 근로자이며, 사업주는 훈련비를 미리 지급한 후 노동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았기에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처분의 상대방은 사업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훈련생은 정상 절차에 따라 훈련을 받아 노동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 중 컨설팅 회사의 부정행위를 통해 지원받은 금액만 반환 내지 추가 징수처분의 대상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동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기업들이 대전고용노동청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수급액반환 및 추가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훈련과정을 위탁했더라도 지원금은 원고들이 직접 신청하는 것으로, 훈련생들이 실제 평가에 응시하는 등은 사업주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훈련생 수가 많고 훈련기간이 길며 지원 규모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컨설팅 회사 직원들이 사업장에 찾아와 대신 응시한 점 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컨설팅 회사가 편취한 금액은 원고들이 부정수급한 지원금 전액으로, 반환 및 추가 징수처분은 적법하다”며 “지원금 지급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해야 할 공익이 원고들의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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