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줄이고 인도 넓게… 사람중심 거리가 대세

차로 줄이고 인도 넓게… 사람중심 거리가 대세

부산 서면·전주 한옥마을거리, 거리개선으로 상권회복 성공 [대전 특화거리를 가다]10.대전 특화거리 활성화 모색

  • 승인 2013-09-03 14:25
  • 신문게재 2013-09-04 1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의 특화거리 6곳과 전국 대표적 특화거리 2곳을 다니면서 그동안 장단점을 비교했다. 지금까지 돌아본 특화거리는 다른 거리와 다르게 차별화를 이뤘느냐와 함께 보행환경·역사적 의미·거리디자인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새로운 길을 만들기에 급급했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는 인간과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느냐에 건설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전의 특화거리에 도입할 수 있는 특화사례와 관심을 끄는 지역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 부산시 진구 서면특화거리는 차량 일방통행과 차도와 인도의 턱 높이를 낮춰 보행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 부산시 진구 서면특화거리는 차량 일방통행과 차도와 인도의 턱 높이를 낮춰 보행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자

대전의 특화거리 중 사람중심의 거리라면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를 꼽을 수 있다. 대전에 유일한 보행자 전용도로인 셈이지만, 타지역 비교해 열악한 수준이다. 인도와 차도 구분없이 도로 전체를 시멘트로 포장했고 곳곳에 지상 변압기처럼 장애물이 자리하고 있다.

충남대 앞 로데오거리 역시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걷기 전용거리로 조성했으나, 결국은 보행자 전용도로가 되지 못했다. 주변 상인들의 반발 등 보행자를 위한 거리환경 개선이 쉬운 정책은 아니라는 의미로, 보행환경 개선 위한 노력은 멈출 수 없다.

상가가 밀집한 상업구역에서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는 한계에 다다랐다. 승용차 중심의 교통환경은 끝없는 주차장을 필요로 하고 극심한 교통정체와 사고 등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반대로 차로 수를 줄이고 보행 공간을 넓히는 도로 개선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았다. 머리 위에 어지럽게 매달린 전선을 땅속으로 지중화해 지상에 전봇대 등을 없애고 주변 사람과 부딪침 없이 걸을 수 있도록 보도 폭을 5m 이상 유지한다.

차도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아닌 벽돌 등으로 포장해 통행 속도를 낮추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일방통행으로 변경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보행환경 개선과 더불어 최근에는 맨홀 뚜껑이나 조형물, 표지판까지 보행자를 생각한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다. 부산시 진구 서면특화거리와 전주 한옥마을특화거리 등이 이러한 보행자 위한 거리개선을 추진했고, 성공적으로 상권회복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역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자

잘나가는 특화거리의 또다른 장점은 그 지역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았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영릉이 자리한 경기도 여주의 중앙로는 한글을 주제로 간판을 특화해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역사적 의미를 살려 거리를 특화하는 게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에서도 동춘당생애길처럼 역사적 의미를 담은 특화거리를 조성되고 있으나 그 외에는 역사·문화적 특성을 찾아내 반영한 지역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지역성과 역사성을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특화거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의 특화거리는 8곳에 이르며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영도구청은 '영도다리 특화거리', 사상구청은 '다문화 특화거리', 남구청은 대학로 유엔평화공원 등을 연계한 특화거리를 각각 추진 중이다.

온천물에 다친 날개를 적셔 치유했다는 '유성의 학'이나 서구 남선공원에 있는 '명학소의 난 기념탑' 그리고 중구 어남동의 신채호 생가지 등은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특화거리로 고민할 수 있는 사안이다. 지역에서도 특화거리 조성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어 대전 서구가 용문네거리~계룡네거리~둔산네거리까지 의료와 젊음의 거리, 둔산네거리~만년네거리까지 역사와 행정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 경기도 여주 중앙로의 한글특화거리에 조형물이 보행자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 경기도 여주 중앙로의 한글특화거리에 조형물이 보행자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간판·거리에 디자인을 입히자

간판정비는 도시의 모습을 가장 쉽게 변화시키면서도 자칫 획일화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도시를 점령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도시 속 간판은 너무나 크고 화려하게 뽑내고 있다. 이때문에 오히려 거리의 모습은 어지럽게 변하고 간판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를 낳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진행된 게 간판정비사업으로 간판 크기는 규격화하고 디자인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아케이드 공사를 진행한 대전 전통시장 대부분과 동구 중앙로, 서구 대덕대로, 목척교 일원 등에서 간판정비사업이 진행됐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거리의 풍경과 간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거리정비에서 보도블록과 간판 그리고 조명기구 등이 통합적으로 디자인되지 못하고 각자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예산 확보 등의 이유로 일시에 진행하지 못하고 간판을 먼저 하고 보도 정비를 후에 진행하는 것에서 어색함은 쉽게 발견된다. 때문에 거리정비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구성요소에 대한 디자인을 통합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보행통로와 거리의 간판 그리고 조명기구 및 전선까지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하고 정비돼야 특화거리 조성에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화거리 남발은 경계해야

특화거리 난립은 경계해야 한다. 대전에도 21곳에 달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관리가 없었다. 특화거리로 지정하고 제대로 된 지원도 없다면 상권을 더욱 위축시키는 역효과만 예상된다.

경계해야 할 점은 보도블록을 새로 깔고 입간판과 조형물을 세운다고 주민들에게 호응받는 특화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골목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를 발굴해 특화하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하고 지역성과 역사성을 더욱 진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화거리 조성 및 유지에는 지역 주민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화거리가 기초단체장의 치적이나 일부 상인들의 이익만을 위한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기념관 공방 등 체험공간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특화거리가 여기저기서 그럴듯한 이름으로 국·시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발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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