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고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일이 바로 이 단단한 전복껍데기를 갈아내야 하는 일이다. 갈아 낼 때는 되도록 백지장처럼 얇게 갈아내야 하는데 약간의 실수라도 하면 갈라지거나 쪼개지고 만다. 결이나 단면에 따라서 햇빛에 반사되는 빛깔도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 단면을 잘 조정하여 아주 영롱한 빛을 띠도록 정성을 다해야 한다. 백지장처럼 얇게 갈고 나면 아무리 정밀하게 갈아 냈다 해도 흐릿한 빛을 띠게 된다.
이때 가는 가운데 금이 가거나 흠이 있는 것들을 다시 골라내거나 잘라내서 흠이 없는 얇은 판을 만든다. 이 얇은 판을 문질러서 광을 내고 오색찬란한 빛을 발하는 것들을 골라서 백골에 붙일 수 있도록 만든다. 백골을 장식하기 위해서는 이 섭패를 가지고 다시 여러 가지 무늬로 만든다. 이 무늬를 만드는 방법에는 주름질과 끊음질이 있다. 주름질은 종이에 여러 가지 무늬를 그리고 섭패를 붙인 뒤 무늬대로 오려낸 다음 백골에 붙이고 종이를 떼어낸 다음 그 위에 옻칠을 하여 완성하는 기법이다. 끊음질은 섭패를 가는 실처럼 길게 잘라서 똑똑 끊어가면서 백골에 붙인 뒤 옻칠을 하여 나전칠기를 완성하는 기법이다. 끊어서 붙인다고 하여 끊음질이라 한다. 요즘은 이 섭패를 만드는 일이 잊혀져 가고 있고 다른 나라의 섭패를 수입하여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전복껍데기로 만드는 오색찬란한 섭패 가공기술이 다시 되살아나서 나전칠기의 명성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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