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전 지사의 위원장 위촉이 반가운 것은 지역의 도백을 맡고 지역 정당의 수장을 맡는 등의 연고가 아닌 다른 이유에 있다. 지방자치를 잘 알고 지방분권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관점에서 챙길 것이라는 바로 그 기대 때문이다. 아직 운신의 폭과 반경은 미지수지만 그런 방향에서 위원장직을 수행해 주리라 믿는다.
물론 활동 범주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방분권촉진위원회와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통합한 기구라는 점에서 웬만큼 가늠이 된다. 그 기능은 둘의 통합 이상이어야 한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분권하는 지방자치, 여기에 특히 초점을 맞추라는 뜻이다. 지방분권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의 유산을 털어내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대적 명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심 위원장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위원장 스스로 위원회가 자문기구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길 바라며 다른 위원들과 사무기구인 지방자치발전기획단이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중앙과 지방을 제도적으로나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전달하는 실질적인 창구 역할까지 맡아줬으면 한다.
누구보다 지방의 실정을 잘 알더라도 심 위원장은 이제부터 지방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만 해도 효율성의 미명으로 지방자치 근간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언제든 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할 때 역시 지역 자율성과 책임성이 존중되는 지방자치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 충북지사 출신인 이원종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과도 소통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방자치의 핵을 이루는 지방분권은 진정한 의미의 국가와 지방의 역할 분담이다. 지방분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심 위원장이 평소 강조해온 분권형 정치제도를 아우르는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행정의 달인' 별칭이 붙은 심 위원장에게 지워진 지방자치 내실화라는 짐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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