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채용 계획을 세운 공기업들의 채용 규모도 지난해보다 26% 이상 감소했다니 청년 취업의 한파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민간기업의 채용 역시 큰폭으로 줄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6.6%만이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7개 주요 은행의 공채 규모도 지난해보다 27.6%가 감소했다.
그동안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기에 여념없던 취업 준비생들이라면 한숨부터 나올 일이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나이와 학력, 학점, 영어 등 서류 전형을 평가에서 없앤, 이른바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이 올 상반기 한국남동발전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시작으로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는 전 공공기관으로 확산조짐이다.
이같은 '스펙초월' 채용방식은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도입이 예고됐다.
정부는 최근 전 공공기관에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을 도입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스펙초월 채용이 도입된다니, 취업을 위해 영어와 해외 연수, 봉사활동과 각종 동아리 활동, 인턴 활동 등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던 대학생들, 특히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혹은 취업 재수ㆍ삼수생이라는 이유로 서류 전형부터 탈락하는 취업준비생들로서는 희소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는 다르게 벌써부터 이같은 스펙을 초월한 열린채용방식이 당초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류전형이 간소화 되거나 없어지면 면접 전형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공기업이 스펙 초월채용으로 사용하는 UCC나 창의적 과제 성취 방식이 또다른 사교육을 육성하며 경제력 위주의 채용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
실제로 취업준비생들의 카페마다 “스펙초월 채용으로 아이디어 짜주고 좋은카메라로 멋진 영상을 만들어 주는 학원을 다녀야겠다”는 푸념섞인 불만이 나온다. 결국 면접관의 인맥이나 정보력에 좌우되면서 '그들만의 채용'으로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스펙 초월'이 결국 '특별한'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오희룡·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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