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올여름의 무더위는 참으로 대단했다.
낮의 폭염도 힘들었지만, 밤에도 기온이 낮아지지 않아 대전, 충남의 평균 열대야일수가 15일로 엄청난 더위로 큰 피해를 낸 1994년 이래로 가장 많은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렇게 무더위로 우리를 힘들게 했던 올여름도 한 가지 고마운 것은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없었다는 것이다. 매년 여름이면 1~2개씩 지나가 큰 피해를 주는 태풍이 올여름에는 없었다. 그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예년보다 강하게 동서로 발달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완전히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태풍이 들어올 수 없도록 벽을 둘러친 격이 돼 무더위를 불러온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은 막아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것은 기단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나타나는 것은 시기별로 영향을 받는 기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름에 주로 영향을 주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서히 약해져 남쪽으로 물러가고 가을에 영향을 주는 건조하고 서늘한 대륙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가을이 시작되는 것이다. 9월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아직 남아 있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게 돼 그 가장자리가 우리나라에 걸치게 될 때 태풍이 북상하게 되면 태풍에 길을 터주게 돼 강한 태풍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평년값 분포를 보면 9월 태풍영향 수가 0.7개로 8월 태풍의 70%에 달한다.
9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예를 들면 가깝게는 작년 9월 16~18일에 우리나라를 관통한 16호 태풍 산바, 역대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 매미(2003년 9월 12~13일) 등 우리나라에 피해를 일으키는 많은 태풍이 이 시기에 영향을 줬다. 올 가을철 전망에서도 가을에 1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여름의 횡포에 마냥 떨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다가오는 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을 즐길 여유도 갖길 바란다. 가을은 기상청의 입장에서도 치유의 계절이다. 여름철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과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된 기상청 직원들이 한숨 돌릴 여유가 있는 계절인 것이다.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청명한 하늘, 노랗게 익은 들판, 알록달록한 단풍,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치유의 시기를 위해 기상청은 또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바로 단풍예상 정보다.
기상청은 9월 중순이 되면 8월의 강수량과 9월 상순의 관측된 기온 및 9월 중순과 하순의 예상 기온을 토대로 단풍 예상 시기와 주요 지점에 대해 발표한다.
또 전국 단풍 관측 실황을 서비스하고 있어, 18개 유명산 첫 단풍, 단풍 절정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면서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특히, 가을은 지속기간이 66일로 사계절 중 가장 짧은 계절이다. 왔는가 싶으면 가버리는 가을을 충분히 즐기고자 기상정보를 십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 여름을 치유하고 겨울을 대비하는 알찬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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