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시스템 조작' 수천억 입찰비리

전산위탁업체·건설사 직원 공모 14건 시도해 4건 성공

대형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하도록 조달청 입찰 시스템을 조작한 전산위탁업체와 건설사 직원이 구속됐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조달청 입찰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비리 사건의 첫 구속자들이다.

1일 대전지검 등에 따르면, 조달청 전산위탁업체 직원인 서모씨와 1등급인 A건설사 직원 김모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서씨는 지난 2010년~2012년 사이 조달청에서 최저가심사 시 건설사들이 제출한 BID(입찰내역서)파일 불법 교체 등의 수법으로 14건의 공사에 직ㆍ간접으로 관여해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하게 한 혐의 등이다.

서씨가 입찰내역서를 조작한 공사는 모두 14건이다. 공사금액만 7500억원대에 달한다. 14건 중 실제 성공한 공사는 4건이고, 1등급인 C 건설사는 시도했지만, 낙찰받지 못했다. 1등급인 A 건설사와 2등급인 B 건설사 각각 2건씩이다. 모두 2500억원대의 사업이다.

서씨 범행은 대담했다.

건설사 3곳과 공모해 14건의 전자입찰파일을 최저가 심사 전에 불법교체했다. 두 곳은 1등급인 A와 C 건설사, 1곳은 전라도의 2등급 B 건설사다. 서씨는 서류 바꿔치기로 최저가 1단계 심사에서 탈락할 업체를 모두 통과시켜 2단계 심사통과 후 낙찰자로 선정되도록 도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씨는 최저가심사 데이터베이스(DB) 교체사실을 숨기고자 14건 중 11건은 시설총괄 담당자 컴퓨터 또는 NAS(나라장터에 연결돼 네트워크상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저장서버)에 저장된 입찰 BID까지 교체했다.

그럼에도, 조달청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조달청은 심사기간 단축 등 목적으로 2004년 4월부터 최저가 심사프로그램을 외부 전산업체에 위탁 관리해왔다.

검찰은 서씨와 공모한 A 건설사 직원인 김씨 사이에 대가성 금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또 해당 건설사 핵심 경영진과 조달청 공무원의 연루 여부는 물론, 수사 대상 건설사 확대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들여다보고 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초기 단계다. 아직 수사 내용이나 대상 등 구체적인 조사에 대해서는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희진ㆍ조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