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 담배소송의 새 국면 맞을 듯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과연 담배회사와의 파워게임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송은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의 압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담배소송은 진행돼 왔다. 지난 1999년 방모씨 등 폐암환자 32명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지금까지 모두 3건이 법원 패소를 거듭한 끝에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담배소송이 패소하는 이유는 흡연이 폐암에 영향을 끼친다는 인과관계는 법원이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유전적인 요인을 비롯해 음식습관 및 주위환경 등 다른 원인에 의해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법원의 주장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흡연한 사람의 폐암에 대해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다.

또한 KT&G가 담배에 의존하게 할 목적으로 첨가제 및 니코틴 함량을 조작하는 등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없을 경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송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공신력 있는 연구사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종전의 손해배상소송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인 남녀 132만 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 흡연자의 각종 질병 발생위험도가 얼마나 높은가 비교·분석했다. 2011년의 경우 흡연으로 인해 초래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1조 6914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익적 의미가 큰 이번 소송은 명실공히 국내 담배소송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 또한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