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이 우여곡절 끝에 29일 국제중·고 개교 시기와 위치를 확정했다. 2017년 3월 옛 유성중 부지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지연 여파로 불투명하기만 했던 이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학교부지 변경 논란=우선, 학교부지 변경 논란에 직면했다.
당초 학교부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인 신동·둔곡지구에서 옛 유성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전교육청은 지난해 9월 교과부(현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2015년 3월 국제중·고 설립 승인을 받았다.
이후 중앙정부 등에 줄기차게 과학벨트 내에 학교 부지를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마땅한 부지를 제시받지 못했고 대전시와 중앙정부 간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제중·고 개교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다급해진 시교육청은 자체적으로 학교부지 물색에 나섰고 옛 유성중을 최종 낙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과학벨트 거점지구 내에는 외국인 연구인력 정주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에 이곳에 국제중·고가 들어서는 것이 맞다”며 “과학벨트 완성도로 볼 때도 대전시 입장에선 학교 부지가 바뀐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아쉬워했다.
대전교육청도 반박했다.
이지한 부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교육청도 학교부지 매입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과학벨트 내에 국제중·고를 개교를 추진했지만, 중앙정부와 대전시가 마땅한 부지를 내놓지 못했다”며 “지난 4월 대전시가 제안한 둔곡동 1만 4000평 부지는 고압선이 지나고 북향이어서 학교부지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향후 과학벨트 내에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학교부지가 있다면 학교부지를 변경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국제중·고 설립 부지와 관련한 이같은 대전교육청과 대전시의 견해차는 향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중·고 설립을 위해서는 옛 유성중과 붙어 있는 유성생명과학고 일부 부지에 대해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승인권을 가진 기관 가운데 한 곳이 대전시다.
학교부지 변경과 관련한 시교육청과 대전시의 갈등이 이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인력수급 해결, 사회적 공감대 급선무=과제는 또 있다.
국제중·고에 입학하는 학생은 외국인도 포함돼 있으며 국내 학생도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이 출중하다.
교사보다도 더 뛰어난 학생도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 국제중·고에서는 교과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
대전교육청이 국제중·고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원을 다수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도 시급하다. 전교조 대전지부 등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제중·고는 일부 특권층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 영훈국제중처럼 입시 비리 등에 휘말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입장에선 이같은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비전과 행정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지한 부교육감은 “대전 국제중·고는 일부 사립 국제중·고처럼 수업료가 수백만 원에 달하지도 않을뿐더러 과학벨트 조성에 따른 외국인 학생 수요도 충분하다”며 “대전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교로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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