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헌 정치사회부장 |
염 시장은 오래전부터 불출마를 시사하는 언급을 해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를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염 시장이 불출마 할 것이라는 소식이 급속히 전파된 지난 26일 저녁에도 쉽사리 그에 동의하는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염 시장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는 기정 사실이었다.
이번에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측근들의 만류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 관계자는 “불출마 선언을 하겠다는 최종 결심을 시장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눈물이 참을 수 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사실 염시장의 결심은 오래전 부터 계속됐고, 원래 발표는 선거 1년전에 하려 했다”고 말했다. 염시장도 불출마 선언에서 “과학벨트 논란으로 인해 불출마 선언이 다소 늦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염시장은 “관선 대전시장과 민선 2번의 시장, 모두 합해 3번의 시장생활은 나의 삶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대전시장은 그에게 큰 의미로 남아있는 듯 하다.
그런데, 그의 삶이라던 대전시장을 마무리하게 만든 근본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압박설에서부터 수사설 등 여러 억측과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하나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공천경쟁이 상당히 부담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두번이나 맞붙은 박성효 국회의원과 3선의 이재선 전 국회의원, 정용기 대덕구청장, 육동일 교수, 진동규 전 유성구청장 등이 현재까지는 공천 경쟁자들이었다. 이들과의 당내 경쟁이 일차적으로 염 시장에게 부담스럽게 다가 오지 않았을까. 설사 당내 경쟁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상당한 데미지를 입고 본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수 있다. 민주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에 앞서, 피투성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상황론이다.
또한 연륜이나 경험, 현직시장이라는 프리미엄으로 볼때 당의 공천은 당연한 것인데도, 현실정치에서는 불안한 소문들이 팽배했다. 심지어는 제3자 후보론까지 횡행했다. 선진당 출신의 염시장으로서는 코너에 몰릴 수 밖에 없었을 테고, 이 과정에서 이미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당 안팎의 사정이 염 시장을 외로움의 무게로 짓누르지 않았겠는가 하는 연민이 든다. 최악의 상황까지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어쨌든 염 시장 스스로가 택한 '아름다운 퇴진'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결정에 따라 지역 정치권은 일정정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가장 수혜를 입은 쪽은 후보군들 중에서는 박성효 국회의원으로 여겨진다. 권선택 전 국회의원 역시, 일부 수혜를 받게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염시장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후보인 이재선 전 국회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용기 대덕구청장과 육동일 교수가 '반전'의 기회로 여기며 보다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펼칠 전망이다. 이들의 선거행보를 염 시장이 보다 앞당기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많다.
요동치고 있는 대전시장 선거구도는 당분간 '수혜의 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박성효 국회의원에 여타 주자들이 맹추격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얼마전 포럼을 출범시키며 사실상 출정식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재선 국회의원의 정치적 승부수가 주목된다. 민주당에서는 꾸준히 대전시장 출마를 준비해온 권선택 전 국회의원이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만, 4선의 박병석 국회부의장의 행보가 어떨지 관심이다.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그를 주목하는 시선이 심상치가 않다. 어쨌든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공천경쟁구도가 염 시장의 사퇴로 인해 더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창당여부가 관심인 안철수 신당측의 지방선거 참여 여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는 늘 의외성이 있다. 언제 어떻게 구도가 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역의 어른이자, 정치적 행정적 원로로 거듭날 염 시장의 역할에 더 큰 기대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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