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연 변호사 |
흥선은 왕의 살아있는 아버지, 즉 대원군이 되어서 그때부터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왕 아닌 왕'으로서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흥선대원군의 업적은 무엇일까. 서원을 철폐하고, 경복궁을 재건하며, 불란서(프랑스)와 미국 함대의 침략을 막아냈다. 또 탕평책을 다시 실시하는 등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다.
반대로, 흥선대원군 입장에서 가장 큰 실책은 무엇이었을까. 대표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서원철폐는 역설적으로 가장 큰 실책이었다. 조선은 유교국가였다. 서원은 그 본당이었다. 대원군은 47개만 남기고 전국에 산재해 있던 수백개의 서원을 폐쇄하였는데, 이것이 여론 주도층인 사대부의 마음을 닫게 했다.
그러다 고종의 나이가 20살이 넘어가면서 중전과 힘을 모아서 아버지 대원군이 하는 일에 '멘트'를 날리는 일이 잦아지자 자연스럽게 국왕파가 생겨났다.
대원군은 똑똑해 보인다며 최익현을 동부승지로 발탁을 했는데, 되레 그는 대원군 공격의 선봉장이 됐다. 그는 '전하의 보령이 22세로 친정이 가능한데, 아직도 섭정이 웬말이냐'는 초강력 상소를 올렸다. 대원군은 황당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도 상소로 탄핵을 받은 마당에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경기도 양주에 있는 별장으로 내려갔다. 대원군은 내려가면서 당연히 왕과 왕비가 사죄를 하며 모시러 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원군의 큰 오산이었다. 고종은 그 기회를 이용하면서 대원군의 대궐 전용 출입문을 전격적으로 폐쇄하고 딱 한마디를 했다.
“만기를 친람하겠노라.”
만가지 서류를 친히 보고 사인을 하겠다는 뜻으로 직접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메시지다. 친정 선포였다. 이로부터 140년이 지났는데, 다시 이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이 만기를 친람하고 있단다. 이것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가능하고 바람직한 일인가.
새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공기관장 임명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만기를 친람하려니 이렇게 늦어지는가 보다. 혼자 친람하니 단점을 체크하지 못하며 내놓는 인사마다 말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과 6공 인물로 지역감정을 조장했던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중요한 국가 현안을 대통령이 깨알같은 글씨로 읽어주면 장관이나 수석들이 열심히 받아적어 그대로 행한다. 책임지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만기친람(萬機親覽)이 아니고 '만기공람(萬機供覽)'을 하기 바란다.
정봉주 전 의원이 출소하자마자 한 말이 기억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 안에 민생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마음으로 새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함께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 1인당 GNP는 아직도 일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성장을 위해 대통령 혼자보다는 아무래도 장차관 등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맛대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많은 재량권을 장관들에게 주면서 만기공람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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