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칠성당이 고인돌 옆 소나무

[객원기자]칠성당이 고인돌 옆 소나무

●포토에세이

  • 승인 2013-08-28 21:35
  • 신문게재 2013-08-30 12면
  • 글·사진=김혜영 객원기자글·사진=김혜영 객원기자
이 땅 모든 나무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굶어 죽고 얼어 죽을 가난한 백성들의 살 길을 열어 준 나무가 있고, 물레방앗간 옆에서 젊은 날의 불꽃같은 사랑을 지켜준 나무도 있고, 오는 백발을 막지는 못했지만 귀신도 막고 외적도 막아준 나무도 있다. 그 중 소나무는 우리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며 이야기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청솔가지 매달아 금줄을 치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솔가지로 불 피워 밥해먹고 살다 소나무 관에 넣어져 솔숲에 묻히면 사람의 한 평생이 갔다.

햇빛만 있으면 땅을 가리지도 않고 자라던 마을 뒷산 소나무는 모질게 목숨 이어간 가난한 그 동리 사람을 쏙 닮았다. 봄이 되어 곡식 떨어진 배고픈 사람에겐 연한 속살까지 내어 준 뒷산 소나무는 궁궐짓는 재목으로 미끈하게 자라지는 못해도 동리 아낙들의 온갖 설움과 소망은 알고 자랐다.

이제 이곳에 와서 거친 소나무를 쓰다듬는 사람들이나 송기를 벗겨먹으며 배를 채우고 살았던 사람들이나 그 간절함은 크게 준 것도 크게 는 것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 근심 없이 살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 끝자락 청동검을 빼든 전사처럼 장렬하게 산화해 버릴 기세로 모기가 달려들며 우리를 물어댄다. 우리의 소망이 모기의 소망에 비해 어찌 크다 하겠는가! 모기에 쫓겨, 아니 소망의 크기에 밀려 우리는 소나무 우거진 칠성당이를 벗겨진 신발 추스를 새도 없이 떠났다.

글·사진=김혜영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