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결코 쉽지 않았을 이번 결단이 끝이 아닌 또 다른 기회의 시작이길 바란다. 여기서 '기회'란 제2의 정치적 행보가 아닌 염 시장 자신이 꿈꾸고 갈망했던 남은 임기와 퇴임 이후 삶에 관한 것을 지칭한다. 오랫동안 시정을 이끈 베테랑 행정가이자 정치인답게 대전시정을 한 단계 도약시켜 초일류 지방자치단체의 초석을 닦고 의연하게 은퇴하는 모습을 진정 보고 싶다.
염 시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며 “지난 3년간 시정 추진이나 정치적인 판단에서 대전 발전에 최고의 가치”를 뒀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가치를 남은 민선 5기 10개월에도 적용한다면 퇴임 후 시민은 똑같은 평가로 화답할 것이다. 고도화된 첨단경제도시, 교육 문화특별시, 복지도시, 환경교통도시, 행정혁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아직 유효하다.
이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만큼 지역 현안 사업 추진에 마지막 열정을 쏟길 바란다. 불출마 선언 직후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염 시장 스스로 지적한 “중앙정부에 예속돼 죽어가는 지방자치를 살리기 위해”, 또 “중앙정부가 슈퍼갑”인 '2할자치'의 현실을 깨는 데에 있어서도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아울러 전국 지자체에서 이례적인 불출마 선언이 지역발전, 나아가 정치발전에 좋은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선거구도에서 더 이상 상수는 아닐지언정 '염심(廉心)' 향배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어느 국면에서든 후대의 귀감이 되고 퇴임 후 지역의 존경받는 원로로서 역할해주길 기대해본다.
특히 거취 표명 이후 누수 없는 임기 완주를 위해 대전시 공무원들도 자세를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대전시 현안에 대한 존재감 상실이나 정치권의 무관심이 아예 없도록 지역 정치권이 받쳐줘야 할 것이다. 염 시장이 인용한 프로스트의 시처럼 “두 길을 다 가지 못한 길을 안타까워” 하지 않으면서 무난히 임기를 마쳐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퇴장을 이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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