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숭동 한국교통대 석좌교수 |
프랑스 학교에서는 매주 번갈아가면서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등으로 현장학습을 간다. 아이들은 수많은 전시물을 일일이 다 보지 않는다. 박물관은 늘 가는 곳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그리거나 노트에 적어온다. 나머지 시간은 그냥 자유롭게 논다. 외국인 관람객이 많은 파리의 대표적 박물관인 루브르, 퐁피두센터, 오르세미술관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라서 부담도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했던 영화 '쥐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우주전쟁' 등과 '아바타'는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들은 46억년이나 된 지구를 뛰어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에는 매우 진귀한 광물과 식물, 희한하게 생긴 동물,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족들이 등장한다. 제임스 캐머런은 이러한 생명체의 모습을 만들어 낼 실마리를 어떻게 얻었을까.
창의 인재는 어릴 때부터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나는' 교육·사회적 토양에서 나온다.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자주 다닌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자연과 우주과학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에는 큰 차이가 있다.
스필버그나 캐머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 공상소설에 매료됐고, 과학관을 자주 찾았다. 이런 경험이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와 같은 기발한 창의력의 원천이 됐고, 영상을 통해 마음껏 펼쳐졌다.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창조적 상상력의 달인들은 대개 박물관 마니아였다. 박물관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의 알파, 오메가를 모아놓은 교육의 보물섬이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대자연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 등 선진국들은 100개 이상의 자연사박물관을 나라 곳곳에 설립해 국민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제공해 왔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18세기부터 영국이 정성을 들여 키워온 영국사회 전체의 합작품이다.
과학과 기술, 인문학의 융합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전지역은 전국 최고수준의 교육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조력, 지적 호기심과 감성을 키워주려면 교실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덕특구는 물론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등을 잘만 활용하면 대전은 창의융합교육을 선도하는 최고의 으뜸교육도시가 될 수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강국이 되려면 제2의 제임스 캐머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이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길러 내야 한다. 공통적으로 이 세 사람들은 모두 대학 중퇴자다. 우리 교육시스템을 되돌아보고 확 바꾸는 계기로 삼자.
스티브 잡스 영화가 곧 개봉된다. 대전 미래교육의 길라잡이, 창조학교 '애플스쿨'은 오만가지 상상력을 촉발해 줄 보고(寶庫), 지역 박물관이 곧 교실이고 실험실이 될 것이다. 창조학교의 상징인 '애플스쿨'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혁신할 대전판 스티브 잡스를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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